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면서 국내 기업 10곳 중 7~8곳은 안전보건업무 담당 부서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곳 중 7곳가량은 안전전담인력을 두는 등 산업안전역량을 갖춘 기업이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 부족 등으로 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중대재해가 대기업 보다는 하청업체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취약분야에 대한 행정적 감독과 예방지도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세미나에 참여한 5인 이상 29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에 실시한 기업실태조사에서 안전보건업무 담당부서를 설치한 기업은 45.2%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75.5%로 늘었다. 안전전담인력을 둔 기업은 31.6%에서 66.9%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이해하고 대응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61.3%로 지난해 실태조사시 30.7%보다 두배 가량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는 사업장 안전이 다른 조직관리의 부수적 개념을 넘어 기업 리스크 관리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법적 의무를 준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역량을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300인이상)의 경우 87.9%가 안전담당부서를 설치한 반면, 중기업(50~299인)은 66.9%, 소기업(5~49인)은 35.0%에 그쳤다. 특히, 소기업의 경우 75%가 안전업무를 다른 업무와 겸직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기업의 44.6%와 소기업의 80.0%가 여전히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문제가 드러나자 일부 대기업들은 직접 사업장 안전관리 지원에 나서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이 협력업체로서 대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관리 역량을 갖추기에는 인력·조직상 한계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10월 중소기업 안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영리 공익법인 ‘산업안전상생재단’을 설립했다.
내년부터는 적용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산업재해는 환경이 열악한 중소사업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정작 중소기업들은 전담 조직을 만드는데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조건 처벌만 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안전관리를 해야 할지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것이 행정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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