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짝 높은 문턱, 계단, 좁은 입구 등은 살아갈 때 별로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이동이 불편한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장벽(Barrier)이 될 수 있다. 바로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이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종종 접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본권 중에 하나인 거주이전의 자유다. 이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외침은 20년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지만 해결이 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는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요구 및 시대 흐름에 따라 장애인, 고령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들을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 울산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울산광역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여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단으로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 등이 있으며, 더 나아가 트램 도입으로 교통복지수준을 올릴 계획이라 한다.
하지만 울산시 통계에 따르면 교통약자의 수는 2021년말 기준 전체 인구 112만2000명 중 31만1000명으로 약 28%이다. 반면, 저상버스 보급률은 12.1%(103대 1)로 전국 평균 30.6%(1만828대)에 절반도 채 되지않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장애인콜택시의 경우도 법정대수(150대 1)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 제자리 수준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또한, 울산시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6만3812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4.75%를 차지하여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로 인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확대 요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 개선책과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은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이다.
교통수단을 이용함에 있어 소외된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 편리성의 제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건강, 교육 등의 다른 기본권의 침해 문제로 확장되며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영유아기를 거쳐 노인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사고로 인한 장애 또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라는 프레임을 씌워 나와 다름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어느 시기에 도달하면 이동권의 제약을 갖게 된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고, 이것은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 보장 정책임을 인지해야 한다.
유럽의 선진국들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등의 경우 교통약자들의 이용에 편리하도록 지하철, 기차, 트램 등 대중교통시설을 구축했다. 그 결과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은 불편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교통약자가 소수의 집단이 아니라 누구든 교통약자가 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인식이 합쳐진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결국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들은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시민 모두의 일상에 불편함을 줄이고 이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로 살아봐도, 너로 살아봐도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교통약자에 대한 보편적 인식 전환과 울산만의 특색을 살린 교통편의 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로 과연 울산의 앞날을 기약할 수 있을까? 좀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물리적·심리적 장벽(Barrier)에서 자유(Free)로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수일 울산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