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오염도가 ‘보통’으로 예보된 13일 낮시간에 주차해둔 차량이 마치 송홧가루가 날린 듯 흙먼지로 뒤덮인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 시민들이 많았다. 기상청에도 이 같은 이상현상에 대한 문의전화가 평소보다 50%이상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상청은 황사 현상도 없었고 송홧가루가 발생할 봄철도 아닌 탓에 정확한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울산 지역의 습도가 오전 70%, 오후 60% 이상을 기록하면서 높은 습도 영향으로 잔류하던 미세먼지나 흙먼지 등이 엉겨붙어 나타난 현상으로 추정할 뿐이다.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특단의 대기질 관리가 필요하다. 공식적 대기환경지표조사에서 대기질이 좋아졌다고 해도 체감 대기질이 나쁘면 통계는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달 울산시는 대기질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울산의 대기환경지표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이산화황(SO2)과 이산화질소(NO2), 일산화탄소(CO),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벤젠 등 6개 지표의 오염도가 10년 전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 울산시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울산시민들이 체감하는 대기질은 여전히 나쁘다. 인근 산에 올라가서 사방으로 전망을 살펴보면 울산쪽 하늘의 대기가 다른 도시보다 확연하게 뿌옇다는 것을 목도하기는 어렵지 않다.
울산시민들의 마음속에는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거듭났다는 자긍심이 있다. 이 같은 자긍심은 정주만족도로 연결돼 한때 울산인구가 120만명 문턱에 도달하기도 했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이유는 단지 도심 한가운데 흐르는 맑고 아름다운 강이기 때문은 아니다. 공업도시로 급성장하면서 죽음의 강이 됐던 태화강이 연어가 돌아오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는 스토리가 우리나라 제2호 국가정원 지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을 끼고 있는 도시는 흔하고, 도심하천을 정원처럼 가꾸지 않은 도시는 드물다. 태화강은 울산시민의 힘으로 수질오염을 극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시민들의 지대한 관심으로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뢰가 남다르다. 하지만 태화강 수질에 대한 신뢰와는 달리 대기질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지난 9일 UNIST에 동남권미세먼지연구관리센터가 문을 열었다. 31개 지역기업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때맞춰 시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울산지역 대기질 관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기질은 곧 삶의 질이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