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초에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아트페어울산 전시회가 있었다. 필자도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는데, 전시 후의 느낌을 전하고 서예가 앞으로 아트페어 시장 속에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과거 우리 전통 사회에서는 서예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취미였기에 작품을 사고파는 게 아닌 서로의 예를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작품이 오고 갔기 때문에 1970년대까지는 앞서 말한 전통 사회의 윤리관에 의해서 서예인 자신들의 경제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현대 산업 사회가 급격히 전개되면서 이전엔 교류의 용도였던 작품이, 이젠 상품이 되어 매매되는 상황이 되었는데 작가마다 작품의 가격의 차이가 들쭉날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직까지도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닌 선물용으로, 친함의 정도에 따라 그냥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 영역인 서예로 생존권을 영위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한 인식 속에서 오늘날 아트페어 시장 속에서 서예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해져 버렸는데, 열악한 서예의 경쟁력 확보와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상품화와 마케팅 전략 등을 제시해 본다.
첫째, 작품의 한국적인 정서와 시대정신이 반영돼 위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작품이란 시대를 냉정하게 관조하고, 그 관조를 통한 자기성찰이 배어 있고, 우리 시대를 인식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황과 환경 등이 함축적이고 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발전의 속도가 빨라서 복잡한 것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러한 삶 속에 지친 사람들이 작품을 보며 마음에 편안함과 위로를 받을 수 있게 간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작품 속의 함축적인 문구에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둘째, 규격과 재료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집의 구조가 과거엔 한옥이나 기와집 같은 주택 구조에서 아파트 구조로 주류가 바뀌었다. 아파트는 크기와 모양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각각의 아파트에 맞는 다양한 규격을 작품으로 내놓아야 한다. 또 재료를 다양하게 시도해 보아야 한다. 필자의 아트페어 전시회에서도 몇 점을 목재와 페인팅을 이용한 입체적인 작품으로 제작해 전시한 결과 관람자의 눈길을 끌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전통적인 서예를 떠나 회화성 있는 작품을 시도해야 한다.
셋째, 공모전 중심에서 개인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모전은 규격이 정해져 있어 획일화를 강요해 작가마다의 개성을 발휘할 수 없다. 사람들이 살아온 삶과 추구하는 것이 다양하기 때문에 감상자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도 각자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획일화된 공모전보단 오랜 숙련을 통해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매력을 발휘해 감상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개인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최근 서예가 침체기라 하지만 다양성 있고 새로운 방식을 연구하고 개발한다면 아트페어 시장 속에서의 서예가 좀 더 넓은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문제를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우리들 스스로가 자멸하고 만다.
김석곤 삼봉서예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