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역사연구소가 출범한다. 울산시의 역사자료를 상시적으로 수집·조사·연구·출판하는 독립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2027년 <울산시사> 발간을 목표로 2021년 10월 출범한 울산시사편찬위원회를 확대 개편했다. 지역사회가 고대하던 시사편찬위원회의 상설화를 의미한다. 울산연구원이 위탁운영하는 울산역사연구소는 독립된 사무실을 갖고 소장과 사무국장, 전문위원, 학예사 등이 상근한다.
다만 울산역사편찬원(실)과 같은 구체성을 가진 명칭으로 출범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울산시 사료의 수집과 편찬의 중요성과 지속성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명칭에서 그 역할이 명징하게 드러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역사연구소라는 명칭은 사설연구소로 혼동될 우려도 있다. 서울은 1949년 출범한 서울시사편찬위원회를 2015년 서울역사편찬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서울 송파구에 독립된 건물을 갖고 있는 서울역사편찬원은 시사의 편찬·발간 및 사료의 조사연구, 시사발간을 통한 시정홍보 및 서울문화의 계승 발전, 서울 역사의 자료 수집 및 체계적 정리 보존, 시민을 위한 서울역사교육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은 1988년부터 부산시사편찬위원회를 두고 있다.
명칭이야 어떻든 울산역사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일이 시사편찬임은 분명하다. 울산시사는 1987년과 2002년에 두차례 발간됐다. 1987년 발간된 <울산시사>는 달랑 한권짜리로 시사(市史)라기 보다는 시승격 이후 울산시의 발자취를 담은 시지(市誌)에 가깝다. 2002년 발간된 <울산시사>는 역사편, 전통문화편, 정치행정편, 산업경제편, 사회·문화편, 자료편 등 6권으로 구성된 명실상부 역사서다. 시사를 발간한지 21년이 지났다. 시사편찬위가 새로 출범할 때 광역시출범 30주년이 되는 2027년 발간을 목표로 세웠지만, 이제 독립기관인 울산역사연구소가 출범했으므로 발간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그렇다고 시사(市史) 발간이 울산역사연구소 업무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조선시대 사간원이나 지금의 국가기록원과 같이 도시의 통시적·공시적 역사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의미 있는 일들을 기록하는 한편 울산의 지난 역사를 찾아서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역사인식과 정주의식을 일깨우고 올바른 세계관을 심어주는 교육도 필요하다. 과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를 제공하는 것이 역사연구소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울산역사연구소가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구심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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