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카피약 전장(戰場)에서 K-바이오를 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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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카피약 전장(戰場)에서 K-바이오를 기대하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02.17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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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약국에 가서 우리가 알고 있는 특정 상표의 약을 달라고 하면 종종 재고가 없어 같은 성분이라며 다른 약을 권고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흔히 다소 부정적인 표현으로 ‘카피약’이라고 불리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쉽게 생활에서 접하는 용어인 카피약 외에, 보다 전문적인 용어로 제네릭(또는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가 있다. 그 의미를 정의하는 기관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오리지널 합성의약품과 동일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을 ‘제네릭(generic)’이라고 하고,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유사한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라고 한다. 둘 다 합법적인 의약품이므로 카피약이라는 표현은 다소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다.

오리지널 의약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여럿 있을 것인데, 아마 그 중의 대표적인 하나는 ‘타이레놀’일 것이다.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성분의 해열진통제로서 1953년 미국에서 개발되어 이 계통 의약품의 대명사가 되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방역 당국이 대응조치를 안내하면서 이 특정 상표를 언급해 다소 논란이 있었는데, 아마 이 성분의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의미였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조치였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수많은 제네릭 의약품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특정 상표명의 언급은 타이레놀 품절 현상이라는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올해 미국에서 특허가 종료되는 ‘휴미라’ ‘스텔라라’ ‘아일리아’ 3개 의약품의 2021년 글로벌 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약 44조원이라고 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종료되면 소위 카피약이 고객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게 된다. 유럽에서 휴미라의 특허가 종료되자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밀리며 점유율이 40% 레벨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도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허권은 설정등록한 날부터 출원일 후 20년이 되는 날까지 존속한다(특허법 제88조). 심사하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실제로는 약 18년에서 19년 정도 존속하게 된다. 자신의 발명에 대해 권리를 얻었으니 영원히 독점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허권이라는 것은 발명의 공개에 대한 소정의 대가로서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공중의 재산으로 돌려 기술개발과 산업발전의 재료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의약품의 경우 특허발명의 실시 전에 기관의 허가가 필요하고, 허가를 받으려면 유효성, 안전성 등의 시험을 장시간 거쳐야 한다. 실시를 미루어야 하는 이러한 불리한 점을 보완하고자 특허법은 최장 5년의 존속기간연장등록제도를 두고 있다. 당연히 오리지널 의약품 회사는 존속기간을 늘리려고 하고 타 경쟁 회사는 이를 막으려고 다툼을 벌인다. 사실 특허권은 발생했을 때 이슈가 되고 소멸할 즈음이 되면 구 기술이 되어 거의 대중이나 산업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의약품 발명의 경우 특허권 발생 때보다 소멸 시에 더 뜨거운 것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익을 생각한다면, 카피약도 효능이 같다고 하니 일견 국산품 애용 차원에서도 오리지널만을 고집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이탈리아산 명품이 아닌 품질 좋은 국내 제품을 애용하는 건전한 경제생활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궁지에 빠진 아픈 사람이 처한 환경을 생각한다면 실제 강요하기는 힘들 것이고 필자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3학년도 대입 정시 의약계열 평균 경쟁률은 8.03 대 1로 수험생 전체 정시 평균 경쟁률 4.65 대 1보다 월등히 높았으며, 인서울 의대 커트라인은 상위 0.2%라는 분석도 나왔다. 의대를 비롯한 의약계열에 우수한 학생들이 그렇게나 많이 지원하는데 이들이 졸업 후 신약 개발 등에 대거 진출하고 국가의 정책도 그에 따라서 성과를 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대가 연구중심으로 그 패러다임을 옮겨가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급한 문제다.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로 경쟁력을 갖는 것도 좋지만 오리지널 의약품을 무수히 보유한 의약 강국, K-바이오의 나라 대한민국을 더욱 기대하고 또한 응원한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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