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부터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시작된 이건희컬렉션 울산 전시로 중구 원도심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미술관 한 달 전체 관람 인원의 절반가량인 6200여 명이 미술관을 찾아 한국근현대미술 수작과 울산시립미술관의 뛰어난 소장품을 감상하고 즐겼다. 이건희컬렉션과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관람권은 연일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 편의시설은 이를 반영하지 뒷받침하지 못했다. 관람객들은 적게는 한두 시간에서, 많게는 서너 시간 작품을 보며 미술관에 머물렀지만, 미술관 안에서 커피와 함께 간단한 다과를 즐길만한 휴식 공간이 없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미술관 전시동 앞 편의시설은 이달 말까지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라 지금 보기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중구는 이건희컬렉션 개막과 함께 미술관과 연계한 상권 활성화 계획을 내놓았다. 미술관 관람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인근 음식점·카페 할인으로 문화의거리를 활성화한다는 복안이지만, 전시가 본격 진행됐는데도 아직 이렇다 할 내용이나 성과가 없다. 전시에 앞서 미술관을 비롯해 일대 정비가 진행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구 원도심 문화의거리는 지난 10여 년 전부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갤러리 등 문화 관련 업종에 임대료를 지원하는 등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한때는 오래된 주택과 상점 등 유휴공간에 갤러리와 작가들의 작업실이 많이 들어서 예술인들로 골목이 북적일 때도 있었지만, 높아진 임대료 탓에 옮긴 이들도 많다. 고무적인 것은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을 즈음해 갤러리들이 점차 다시 들어서면서 현재 10여 곳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울산시립미술관도 이번 전시를 계기로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으로서 좀 더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전시를 기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술관은 지역 연대를 위해 인근 상인들과 문화공간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 자리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오랜 숙의를 거쳐 추진되는 정책이 더욱 안정성 있고, 추진과정에서의 보완점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어떠한 결정적 계기를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공동의 지향점을 향해 한 마음으로 뜻을 모을 수 있는 때가 생기기도 한다. 이번 이건희컬렉션 울산 전시를 마중물 삼아 미술관과 주변 문화공간, 상인들이 함께 연대해 원도심의 새로운 활성화 방안을 찾길 바란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원도심 문화의거리를 기대한다.
서정혜 문화부 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