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연극전용 소극장 개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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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연극전용 소극장 개관의 꿈
  • 경상일보
  • 승인 2023.02.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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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명수 한국연극협회 울산시지회장 연출가

얼마 전 성황리에 방영되었던 ‘재벌 집 막내아들’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종영을 했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도 흥미로웠지만, 극중 배역에 대한 연기자들의 열연에 많은 이들이 크게 공감한 것 같다. 특히 회장님으로 출연한 배우 이성민의 연기 변신에 소름이 돋았다라는 말들을 한다. 배우 이성민은 방송의 높은 시청률과 연기자로서의 인지도 때문인지 개그맨 유재석이 진행한 ‘유퀴즈’에 출연해 어려웠던 극단 생활과 지역 연극인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고향 봉화에서 연극을 하던 시절 대구 연출가의 눈에 띄어 대구 극단에서 활동을 하던 중 너무 배가 고파 믹스커피를 죽처럼 먹었던 일부터, 차비가 없어 걸어 다녔던 일, 그나마 연극 포스터 작업을 통해 아르바이트비를 벌어 생활했던 일 등 지난 이야기를 담담히 얘기했다. 그의 인생이 더욱 값지게 여겨지는 건 그런 역경을 이겨내며 지금의 스타 배우가 됐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의 삶의 역정에서 큰 공감을 받았다.

더욱이 그가 출연한 ‘미생’ 오과장 역에서 한 대사 “어떻게든 버텨봐라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야, 인생은 어차피 미생에서 완성으로 가는 거야”가 오버랩되면서 힘든 소시민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는 1992년 대구연극제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고 지금의 대한민국연극제의 전신인 2001년 전국연극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공이 후배 연극인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소원했고 마침내 대학로에 입문하면서 차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지금 브라운관이나 영화관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각광받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지역 대학과 연극계를 기반으로 연극에 입문해 오늘의 스타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이들이 많다. 부산 연극인 출신인 송강호 김윤석 조진웅, 경남 출신인 황정민, 대구 연극인 출신인 이성민 김성균 등은 지역 연극인으로서 오랜 활동을 거쳐 연기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만들어 나갔다.

이창동 영화감독은 지금은 고인이 된, 대구 극단 ‘원각사’를 창단한 아성 이필동 선생의 동생이다. 이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쭉 봐온 연극무대의 영감이 그의 작품 ‘오아시스’ 등에서 그대로 투영됐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는 울산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제작진이 사전에 필자에게 울산의 배우들을 오디션 하겠다는 연락을 해온 것이 계기가 됐다. ‘밀양’에 나오는 울산 배우들은 바로 김종수, 오만석 등이다.

김종수 배우는 ‘미생’에서 지원팀 부장에서 영업팀으로 좌천되는 김부련 부장으로 열연했다. 그는 연기 내공을 펼치며 영화와 TV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만석 배우 또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 배우의 아버지 역할로 출연하는 등 울산과 서울을 오가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지역 배우와 감독이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풀뿌리처럼 굳건히 버티며 자생력을 키워온 지역 극단들의 피나는 눈물과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만석 배우는 제21회 전국연극제에서 단체은상을 수상한 ‘천년의 수인’(오태석 작, 박용하 연출)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김종수 배우는 제29회 전국연극제에서 단체금상을 수상한 ‘전선위에 걸린 달’(김행임 작, 전명수 연출)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울산의 연극무대를 거쳐 간 무수한 배우들과,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몇 십년간 무대를 지켜 온 연극인들이 있었기에 울산의 연극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필자가 속한 극단은 공연장상주예술단체로서 동구와 북구에서 활동해 왔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배우들의 역량과 잘 짜여진 울산 작가의 창작 희곡, 연출의 구성 능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관람평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울산의 극단과 배우들에게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울산에도 9개의 정단체와 250여명의 연극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진솔한 눈빛과 손끝 하나의 움직임은 정말 간절하고 절실하다. 지역에도 좋은 작가와 작품이 많고, 실력 있는 연출가와 멋진 배우들이 많다.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배우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해주는 터전이 꼭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울산에도 연극전용 소극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전명수 한국연극협회 울산시지회장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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