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지옥의 묵시록 유해화학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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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지옥의 묵시록 유해화학물질
  • 경상일보
  • 승인 2023.02.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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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세상에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해로운 물질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많은 독성물질이 환경에 유해하지만 방사능에 의한 비화학적 유전자 독성물질 외에는 독성 발암물질의 대부분이 화학적으로 생성된 물질이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산업발전과 더불어 그 종류와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200만 종의 화학물질이 있는데, 매년 2000여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개발돼 상품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화학물질이 흙이나 물, 공기를 통해 직접 방출되거나 생물농축 과정을 통해 인체에 들어옴으로써 인간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보건상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화학물질 방출 피해 사고로, 2012년 구미공단에 있었던 불산(HF) 가스 누출사고가 있다. 5명의 작업자가 사망했고 주변 지역 숲이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주민에게 상당한 트라우마를 준 사고였다. 2019년 5월 한화토탈 충남 예산 공장에서는 스티렌모노머 누출 사고가 있었다. 인근 주민 2300명에게 피해를 입힌 이 사고를 쏙 빼닮은 사고가 2020년 5월 인도 남부도시 바사카파트남의 엘지화학공장에서 발생했는데, 가스형태의 스티렌모노머가 누출돼 11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입원했다.

역사적으로 환경화학계에 크나 큰 오점을 남긴 인도 보팔 사고가 있다. 이 사고는 1984년 12월 인도 보팔시의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유니언카바이드의 살충제 공장에서 메틸이소시안산(독가스인 포스겐과 시안화가스가 섞인 물질) 탱크가 폭발한 사고로, 20세기 최대의 묵시록적 산업재해 사고였다. 공기보다 무거운 이 맹독가스는 보팔 주민 3800명을 즉사시켰고, 가스가 퍼져나가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주변 주민 57만명이 가스 중독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 중 15만명이 불구가 되었고, 3만여명이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1989년 겨우 일부 합의는 이루어졌지만, 가장 인명피해가 큰 가족 한 가구당 2200달러의 보상금만 주었을 뿐, 영구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거의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이 사고로 공장부지에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은이 검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계속 높은 함량의 12가지 유독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1999년 유니언카바이드사는 다우케미컬에 합병되면서, 다우케미컬 회사는 보팔 사건과 관계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사고 처리와 대조되는 사고가 지난 2월3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했다. 노퍽서던회사의 화물열차 50량이 탈선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 그 중 11량에 실려있던 염화비닐 등 유독화학물질이 유출되면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이에 따르는 유독가스의 발생으로 주민 대피 사태가 있었다. 당시 이 사고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에 못지 않은 환경재앙이라는 음모론과 함께 주민 불안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었다.

2월21일 미국환경보호청(EPA)은 노퍽서던 철도회사에 사고 주변 지역 유독물질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유출된 독성화학물질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 모두를 부담해야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지불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 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는 EPA가 직접 정화작업을 한 뒤, 비용의 3배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EPA의 명령은 극히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자국에 본사를 둔 해외공장에서 일어난 보팔사고 처리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방사능 오염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환경문제에 해당한다. 1945년 뉴멕시코에서 시작된 첫 핵실험에 이어 1996년 대기 중 핵실험금지(CTBT)가 이루어질 때까지 지표면에서 실시한 총 핵실험은 2000여 회로 추정하고 있다. 죽음의 재 발생이 2000여 회 있었던 셈이다. 이로 인한 방사능 오염물질은 지표면과 대기권에 널리 퍼져있을 것이다. 비키니 섬 핵실험은 아직도 논란거리다.

원자력 발전소도 방사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사고가 나면 주변의 막대한 영역이 방사능 물질로 오염된다. 가장 최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86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인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수준인 레벨 7로 발표되었다. 일본은 올해부터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 형태와는 달리 방사능 물질이 넓고 넓은 바다로 퍼져 나가면서 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에 예측하기 힘든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심각하다. 책임질 줄 아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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