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찬수칼럼]현수막 자정(自淨), 울산정치권이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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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찬수칼럼]현수막 자정(自淨), 울산정치권이 시작하자
  • 서찬수 기자
  • 승인 2023.02.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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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찬수 편집국장

울산을 비롯해 광역·기초의회할 것 없이 전국의 지자체가 정치현수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정당의 현수막이 목 좋은 곳은 물론 장소를 가리지 않고 3~4개씩 버젓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들 정치현수막은 지정게시대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사람과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곳에만 집중적으로 걸려있다.

예전에는 설, 추석 명절 등에 고향에 잘 다녀오라는 것과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명절인사가 현수막의 주내용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명절 인사성 현수막은 찾아보기도 힘들다. 대신 정책이나 정당의 일방적 주장이 주를 이룬다. 난방비 인상, 물가급등, 검찰수사 등 내용은 일일이 옮기기도 낯 뜨겁고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쯤되면 정책을 알리고 정당을 홍보하는 목적보다는 정치를 기피하게 하는 ‘혐오현수막’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빗발치는 민원에 정치현수막을 정비하다 해당 정당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사거리를 온통 정치현수막으로 도배를 해 사고우려까지 낳고, 울산은 아니지만 실제로 사고가 난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시민들이 정치현수막을 보기 싫다며 훼손해 사법적 처벌을 받았다는 뉴스도 종종 보인다. 이쯤되면 언론이 붙인 ‘혐오현수막’이 맞는 듯 하다.

날만 새면 방탄국회니 특검이니 하면서 아귀다툼에 빠진 여야가 지난해 5월 용케 합의, 통과시킨 게 당명의 현수막을 신고나 허가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다.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 현안과 관련한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 동안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 개정안이 지난해 12월11일부터 시행됐다. 행정안전부는 강제하지는 못했지만 신호등과 방범카메라, 어린이보호구역 등 교통안전과 보행안전, 2~3m 이상 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현수막의 내용만 본다면 정치권이 스스로 모든 것에 정당성을 준 ‘셀프합법’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분명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광고물’로 현수막을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거리를 뒤덮듯 내걸린 현수막에 담긴 내용은 장소제한 없이 정당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소속 당을 옹호하고 상대 당을 비방·폄훼하는 게 일상이다. 정책 홍보는 없고 비방만 있는 셈이다. 이는 소속 정당의 주장을 시민들에게 겁박해 강요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꼼수현수막도 울산에 등장, 본보가 기사화했다. 울산대교 전망대로 가는 산책로 사이로 ‘원조(원)당’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옆으로는 일자리창출 특허·투자, 노인복지·가정복지 등이 적혀있어 마치 정당의 정책 현수막인듯 교묘히 꾸며져 있다. 원조(원)당은 울산시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가 게재자와 의도를 수사중이다.

울산시가 군·구과 함께 정당·정치현수막에 대해 계도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시도의 사례를 볼 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와 인천시구청장협의회 등도 하다하다 행안부에 법 재개정을 요청해 둔 상태다. 이 문제를 풀 당사자는 ‘셀프합법’을 한국회다. 앞서 지난 1월 설명절을 앞두고 경기 과천시의회 초선 여성 시의원 4명이 과천 시내 일대에 함께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과천시민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겠습니다’라는 명절인사 현수막을 내걸어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중앙정치권의 투쟁과 대립에 소통과 화합이 무엇인지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꼼수현수막’까지 등장한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울산 여야 정치권은 합의해 시민들의 눈총을 받는 혐오현수막을 스스로 걷어내고 행동으로 정책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울산 현수막 자정(自淨) 합의가 이뤄지고 알려지면 울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환영받을 게 분명하다.

서찬수 편집국장 s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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