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한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2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보훈부 승격을 기념해 정부조직법에 직접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부처 신설과 관련한 법안에 전자결재가 아닌 서명 행사를 갖는 것은 처음이다. 1988년 로널드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제대군인처를 제대군인부로 승격하는 법안(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Act)에 직접 서명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와 보훈문화가 뿌리내린 미국처럼 나라를 지키는 일에 몸과 마음을 바친 국민에 대한 예우를 다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가보훈부는 호국보훈의 달인 6월 출범할 예정이다. 1961년 창설된 군사원호청이 1985년 1월1일 국가보훈처로 바뀐 후 정권에 따라 보훈처장이 장관급의 예우를 받기도 했으나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국무회의 심의·의결권과 독자적인 부령(部令) 발령권은 없었다. 보훈부 장관이 되면 위상이 달라질 뿐 아니라 조직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서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국가유공자 및 그 가족에 대한 예우·지원 등 보훈 기능의 위상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보훈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보훈처를 보훈부로 개편한다’고 밝히고 있다. 울산으로선 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고헌 박상진 의사의 서훈 등급 상향 조정의 좋은 기회다.
박상진 의사 서훈 등급 상향 조정을 요구한 지는 오래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지난해 8월 ‘군자금 모집 활동 우편마차 탈취’라는 추가공적을 찾아내 서훈 등급 재심사를 요청했으나 국가보훈처 공적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동일한 공적으로 재심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상향조정이 좌절돼온 상황에서 추가공적이 발굴돼 희망적인 전망을 했으나 심사위원회는 예상 밖으로 추가공적의 내용이 등급상향을 결정하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울산 출신의 박상진 의사는 1910년 판사시험에 합격했으나 판사직을 버리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광복회 총사령으로 무장투쟁을 하다가 1921년 일제에 잡혀 감옥에서 순국했다. 1963년 3급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받았다. 이는 독립유공자 서훈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서훈등급 상향 조정은 울산의 오랜 염원이다. 이미 울산시민 10만여명의 서명이 국가보훈처에 전달돼 있다. ‘보훈 기능 위상 강화’를 목표로 내세운 국가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울산시와 정치권이 다시 한번 전방위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시는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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