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오지 중의 오지인 울주군 상북면 소호분교가 5일 개교 10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개념식에는 80대 노인부터 40·50대 중장년층, 10대 초등생까지 100명을 훨씬 넘는 동창생과 학부모들이 대거 참석했다. 소호분교는 전체 5학급(1~6학년)에 전교생이 37명 뿐인 전형적인 작은 산골학교다. 그런데도 이런 주목을 받는 것은 이 학교가 수차례의 폐교 위기를 겪으면서도 100년을 굳건히 버텨내왔다는 점 때문이다. 그것도 그 험준한 영남알프스 첩첩산중에서 말이다.
소호분교의 시초는 1923년 3월 ‘사설 강습소’가 개설되면서부터다. 학교에서 매년 교육 당국에 보고하는 공문서인 ‘학사보고’를 살펴보면 학교연혁 부분에 ‘1923.3.3. 사설강습소’라는 기록이 분명하게 명기돼 있다. 사설 강습소는 일제가 1913년 1월15일 조선총독부 법령 제3호에 따라 설립·운영한 시설이다. 당시 소호마을은 마을이 워낙 오지여서 마을 유지들을 중심으로 직접 사설강습소를 설립해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울산지역에서 100년을 넘은 학교는 병영초(1906), 울산초(1907), 언양초(1906) 등 몇군데 밖에 없다.
지난 2월 울산시의회 홍성우 의원은 시정 서면질문에서 “100년에 달하는 학교의 역사는 단순히 그 학교 출신들의 기념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이자 울산교육청의 역사로서 당연히 지원되고 기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또 “개교 100주년 맞은 울산지역 학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례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학교가 100년을 넘었다는 것은 그 어떤 저력이 학교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00년대 들어서 여러차례 폐교 위기를 겪었으나 그 때마다 소호마을로 이주해온 젊은 학부모들이 폐교반대 운동을 펼쳐 위기를 넘겼다. 이어 산촌유학센터와 아동센터가 설립된 것은 소호분교를 외부에 알린 큰 계기가 됐다. 소호분교는 이제 그냥 교육시설이 아니라 울산의 역사의 일부가 됐다. 그 속에 주민들의 100년의 추억과 삶, 눈물이 녹아 있다.
소호리는 백운산과 고헌산, 가지산에 둘러싸인 마을이다. 마을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영남알프스 첩첩산중에 100년을 버틴 초등학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실로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소호분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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