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잦아지는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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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잦아지는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는 없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3.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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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 이후 한반도까지 지진 공포가 덮치고 있다. 최근의 데이터는 한반도가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지난 50년간의 한반도 지진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1990년대까지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지진 발생 빈도가 대부분 연간 20건 안팎이었고, 많아도 30건을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2001년에 처음으로 40건을 넘겼고, 최근까지 매년 40건 안팎으로 늘었고, 급기야 국내 관측 사상 최대규모 5.8 지진이었던 경주지진이 발생한 2016년에는 무려 252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발생한 2017년에는 223건, 2018년에는 115건의 지진이 관측되었다. 또한, 지난해 규모 2.0 이상 지진은 총 77회나 발생했다.

지진이 잦아짐과 동시에 더 강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10년간 지진 발생 건수의 지역분포도 경상북도에 50% 이상 집중되어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동남권 일대에 14개의 활성 단층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제 진주에서도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했고, 올해만 한반도에서 벌써 12차례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그 중 규모 3.0 이상 4.0 미만의 지진은 2차례나 일어났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강화군 서쪽 수도권에도 3.7의 지진이 발생, 한반도에 안전지대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이미 10여 년 전 소방방재청이 공개한 지진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규모 6.5의 지진 발생시 사망자는 7726명, 부상자는 10만7524명에 달한다. 또한, 규모 7.0 지진의 지진 발생시에는 67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는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밝히지만, 재앙에 가까운 지진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여전히 미진한 실정이다.

지진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발생 가능성이 커지니 마땅히 대비해야 할 일이다. 특히 강도 높은 지진 발생에 대해 훈련을 통해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권역 구분 없이 주기적 훈련을 통해 지진 발생시 신속한 대응으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 장소별 지진 대응요령뿐만 아니라 평상시 지진에 대비하는 공간, 대피로, 화재대비 등에 대한 환경설정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진 발생에 따른 상황전파, 대피 과정에서의 인파 관리, 부상자들에 대한 구조·구급, 이재민 구호를 비롯한 피해 현장 복구를 위한 자원 동원체계 등을 체계화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주요 건축물 붕괴에 대한 대비다. 지난 튀르키예 지진에서 무너진 건물과 멀쩡한 건물들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재한 건물은 규정대로 지은 건물이고, 무너진 건물은 내진 설계 매뉴얼과 규정을 지키지 않고 불법으로 증축을 한 것들이었다.

국회의 전국 건축물 내진 확보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1988년 최초로 도입된 내진 설계에 대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내진 설계된 건축물은 13.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내진 설계에 대해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내진 설계 건물도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한다. 시급한 점검과 근본적으로 건축물의 내진 설계 확대와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수십 년간의 데이터를 살펴볼 때, 통계학적인 극치분포상에서 보거나 하인리히 법칙에 견주어 보더라도 한반도에서 심각한 규모의 지진 발생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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