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85)]경산 불굴사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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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85)]경산 불굴사 삼층석탑
  • 경상일보
  • 승인 2023.03.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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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불굴사의 핵심 공간은 홍주암이다. 아찔한 바위 절벽에 바짝 붙어 있어 그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원효 대사가 최초로 수도했던 석굴로 원효굴이라 부른다. 김유신 장군이 소년시절에 삼국통일을 염원하며 수련을 했던 곳이다. 1976년 석굴 내부를 수리하다 신라시대 것으로 추정하는 청동불상이 발견되어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중이다. 이렇듯 역사와 설화가 만나면 큰 힘을 발휘하는 법. 사람들은 오늘도 원효굴을 향해 줄지어 계단을 오른다.

불굴사에는 족두리를 쓴 고려 시대에 조성된 약사여래불도 있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과 마주보는 자리다. 원효굴 못지않은 석조 약사불의 영험함 때문에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자 많은 중생들이 공양물을 안고 찾아온다. 약사전 앞에는 사시사철 양초가 제 몸을 태우고 있다. 자신을 태워 남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다. 나도 초 한 자루에 불을 밝힌다. 어둠속을 헤매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손이 떨린다.

두 대의 버스가 당도하자 절집 마당이 북적인다. 법당 앞의 아담한 삼층석탑도 때 아닌 호사를 누린다. 홍주암에 오르거나 적멸보궁에 들기 위해서는 9세기에 건립된 이 탑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멀리서 마음공부를 하러 온 불자들은 석탑 앞에서 하심으로 자신을 지극히 낮춘다. 나도 따라 몸을 낮추다 보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일층 기단의 안상문이 또렷하게 보인다. 기단석의 깨어진 틈을 비집고 하얀 봄맞이꽃이 앙증맞은 얼굴을 내민다.

석등 앞 배례석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석가모니불을 일심으로 부르던 젊은 보살이 허리를 펴고 일어선다. 비끼는 햇살에 두 눈을 가늘게 찡그린다. 입가에 수줍은 미소도 번진다. 부처가 따로 없다. 홍주암 암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천년을 산 소나무나 자비로움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약사여래불과 무엇이 다르랴. 삼층석탑도 지붕돌 네 귀퉁이를 경쾌하게 치켜 올린 채 흐뭇하게 이 광경을 바라본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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