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정부가 저출산 극복 정책에 집중해 있는 동안 늘어난 노인 인구가 오갈 데가 없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은퇴 인력의 사회적 활용도 미미한 가운데 노인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마저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인인구를 위한 노인시설 다양화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 노인시설은 경로당이다. 울산에는 경로당이 843곳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현재 16만3812명이고 읍면동은 56개이다.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경로당의 주 이용연령층이 70대 후반이라고 보면 부족하다고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관계가 너무 긴밀한 경로당이 불편한 사람들은 공원과 다리밑, 공영주차장 등의 야외공간을 선호한다. 이들 노인들이 모이는 곳에는 허름한 의자 몇개, 장기판과 바둑판 등이 놓여 있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불법 시설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또 다른 노인시설로는 취미생활과 강좌 등을 즐길 수 있는 노인복지관(14곳) 노인교실(19곳)이 있다. 60~70대까지 비교적 젊은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경로당 중심의 노인시설을 복지관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동네마다 경로당, 구마다 복지관 식의 천편일률적인 시설로는 다양화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우선 노인시설에 대한 수요조사가 필요하다. 모두에게 평등한 시설이 필요한 어린이 시설과는 달리 노인시설은 연령대에 따라, 소득에 따라, 가족구성에 따라 수요가 크게 달라지다.
야외공간을 찾는 노인들을 위해 생활권공원에 노인공원을 추가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노인공원을 선호할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은 노인을 분리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인공원이 아니라 기존 공원 내에 노인을 위한 시설과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이 먼저 필요하다. 체계적 수요조사를 통해 맞춤형 노인시설을 늘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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