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전국에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새롭게 지정, 2026년까지 550조원 규모의 민간주도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들 후보지들 가운데 울산만 쏙 빠졌다. 원인을 확인해본 즉 울산시가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울산의 산업 성장동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인구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지난 9일 울산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울산이 세계 최고의 첨단 산업 혁신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 발언이 무색할 지경이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지난해 8월1일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발송해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후보지 신청을 요청했지만 울산은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울산은 결국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문에서 대선 과정에서 지자체가 요청한 후보지 위주라고 명시하다 보니 대선에서 건의한 지역으로 입지를 제한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며 국토부와도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국가산업단지는 유사 이래 최대 규모다. 정부는 총 476만㎡(1200만평)의 부지에 15개 산단을 조성해 전국에 첨단산업 생산거점을 고르게 확보하고 기업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후보지들을 살펴보면 울산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여러 면에서 겹치고 있다. 울산과 겹치는 사업들은 천안의 미래 모빌리티, 충남 홍성의 수소·미래차·2차전지, 광주의 미래차 핵심부품, 창원의 원자력, 경주의 소형모듈원전, 울진의 수소생산 등을 들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15개 국가산업단지에 대해 각 지자체장들은 ‘첨단’이라는 수식어를 강조하면서 울산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울산은 그 동안 3대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지난 1960년대부터 가동된 국가산업단지는 60년이 넘어가면서 시설이 노후화돼 울산의 성장동력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특히 굴뚝산업으로 대표되는 석유화학단지와 조선업은 중후장대한 규모에 비해 생산성이 낮아 울산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단지로 생태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에 울산 민선 8기는 우선 산업단지 부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부를 상대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울산시는 이번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신청서조차 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가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첨단산업단지 건설은 울산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첨단산단이 있어야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인구가 증가하며 도시가 활기차게 돌아간다. 이번에 울산시가 첨단산단 신청도 안 한 것은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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