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문화예술이 꽃피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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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문화예술이 꽃피는 날을 기다리며
  • 경상일보
  • 승인 2023.03.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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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해 시인·울산문인협회장

시골 소년 어니스트(Ernest)는 어머니로부터 ‘큰 바위 얼굴’의 전설을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 마을 뒷산에 있는 큰 바위같이 인자하고 위대한 인물을 동경하고 언젠가는 그런 사람을 만날 것이라 믿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의 앞에는 평생 네 사람의 위인이 나타나게 된다. 소년기에 만난 첫 번째 인물은 ‘게더골드(Gather Gold)’라는 재력가였다. 그러나 그는 글자 뜻 그대로 금을 그러모은다는 별명의 영악하고 탐욕스러운 인상에다 구걸하는 거지에게 동전을 던져주는 거만한 수전노(守錢奴)일 뿐이었다.

청년 시절에는, 강한 의지와 위력을 지닌 전쟁 영웅 올드 블러드 앤드 썬더(Old Blood And Thunder)를 만나지만 역시 그가 기대했던 인간적인 자애로움과 지혜를 찾아볼 수 없어 적잖이 실망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대중들에게 순수함과 선행을 설교하는 사람이 된 중년의 어니스트 앞에 올드 스토니 피즈(Old Stony Phiz)라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나타나지만 그에게서도 위풍당당함이나 정직함보다는 권력과 명예욕에 찌든 모습을 보게 된다.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은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를 지은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이 1850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소설가 호손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에게 있어 돈이나 명예보다는 끊임없는 성찰과 겸손, 정직과 같은 덕목을 실천하는 태도가 더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덧 노년이 된 어니스트는 아름다운 언어로 세상을 찬양하는 천재 시인을 만난다. 그러나 그 저명한 시인은 정작 자신이 신념을 지키지 못한 채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왔으므로 어니스트가 바라던 인물이 아님을 고백하고, 둘이 친하게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어니스트가 군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을 때 시인은 그에게서 큰 바위 얼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기품있는 표정과 자비로운 태도에 놀란 시인이 청중들에게 “보시오! 어니스트 씨야말로 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입니다!”라고 외친다.

사람들은 비로소 어니스트가 바로 인자하고 사려 깊은 모습을 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임을 알게 되지만 정작 강연을 마친 어니스트는 침잠(沈潛)하는 자세로 다시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이 남아 있다는 증거이다.

생각해 보면, 어니스트가 기다리는 것은 반드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가치를 옹호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겠으나 그것은 ‘진실’이나 ‘순수한 마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추구해야 할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20대 울산예총회장이 선출되고 문화예술 발전을 선도할 집행부도 구성을 완료했다. 앞으로, 그동안의 활동을 바탕으로 울산시와 관계 당국, 문화예술 창달의 뜻을 같이하는 이 지역 기업들과 협력·제휴해 울산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리라 확신한다.

지난날 울산이 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듯이 이제 시민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줄 문화예술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겸손한 예술, 이념이나 사상에 경도되지 않는 순수한 예술, 시민들의 가슴을 데워줄 수 있는 품 넓은 예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술은 어떤 목표가 아니며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표현해 나가는 여정이다. 그 과정 중에는 미술이나 영화는 시각적 이미지, 문학은 언어, 무용은 몸짓, 음악은 리듬이나 화성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하나의 고유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예술의 향유자인 시민들은 낙후한 울산 문화예술의 부흥을 위해 이번 집행부와 예술인들이 합심해 유효한 활약을 해 주기를 그 어느 때보다 기대하고 있다.

권영해 시인·울산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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