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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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하지 마라
  • 경상일보
  • 승인 2023.03.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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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곤 삼봉서예연구소 소장

사람은 저마다 자기 필요를 채우기 위해 생각하고 움직인다. 생존본능에 근거한 자기 필요의 동기는 이를 추구하는 절대적 욕구에 의한 강한 성취동기로 채워진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의지만 내세운다면 이리저리 부딪치고 맞서면서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필자는 운전하다가 오토바이를 탄 배달원이 신호도 지키지 않고 굉음을 내며 질주하거나 운전 중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운전자,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무작정 끼어드는 운전자를 종종 본다. 이와 같은 행동은 요즘 사회에서 이슈화되는 학교폭력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부족한 탓이리라.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이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하지 마라,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니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仁)을 강조한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인 공자께서도 실천의 방도로 늘 서(恕)의 마음을 가지라 하셨으니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의 말씀은 용서와 배려가 너무나 부족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말씀이 아닐까한다.

역지사지(易地思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라는 말과 통하고, 자기 마음을 미루어 보아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거나 행한다는 ‘추기급인(推己及人)’과 같은 뜻이기도 하다. 공자는 어진 것(仁)에 대해 묻는 제자에게 ‘출문여견대빈(出門如見大賓), 사민여승대제(使民如承大祭),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재방무원재가무원(在邦無怨在家無怨)’ 즉 문을 나서면 만나는 사람마다 큰 손님을 대하듯 하고, 사람을 부릴 적에는 큰 제사를 받들 듯이 하며, 자기가 바라지 않는 일을 남에게 베풀지 않으면 나라에서도 원망이 없고 집안에서도 원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를 하는 위정자가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도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사람에 대한 연민, 백성에 대한 배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서(恕)의 의미가 각별해지는 시대이다.

인(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지혜란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은 남이 대신해 주길 바라는 못된 마음이 있다. 바로 이기심(利己心)이다. 이를 극복해 남을 용서하는 것,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원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세상을 사노라면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하기 싫은 일이 더 많은데 그 하기 싫은 것들은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하게 되어 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들도 똑같이 하기 싫은 것이고, 내가 힘든 일은 남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싫고 힘든 일은 다른 사람이 해 주길 바라거나 시키고 자신은 편한 일만 하려고 한다면 사람들의 눈 밖에 날 것이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미움을 받기 십상이다.

점점 우리의 뇌리 속에서 양보라는 배려가 마비되어가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 적은 없는가? 나는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그를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나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인가? 한번 쯤 자신에게 반문하며 스스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고 했다. 덕이 있는 사람, 즉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사람은 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따를 것이니 절대로 외롭지 않다. 젊어서 외로운 것은 견딜 수 있을지 모르나 나이 들수록 좀 더 베풀고 자기중심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의 상호존중의 지혜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김석곤 삼봉서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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