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가 23일 롯데호텔울산에서 8개 시·도지사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영호남 8개 시·도지사는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정부 스스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과 제도의 보강이 필요하다는데 깊이 공감하고 총 9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9개항의 공동성명은 영호남 8개 시도지사들의 공통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지방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절박함이 배 있다. 공동성명서는 어떻게 보면 지방이 스스로 쳐놓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시·도지사들은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그 동안 주민들이 감내해왔던 보상적인 성격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재정 지원은 반드시 관철돼야 할 사항이다.
법적 근거가 없어 추진이 지지부진한 도심융합특구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시급하다. 영호남 시도지사들은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인재 유출을 막고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삶·일·여가·배움이 어우러진 복합공간 조성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도심융합특구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밖에도 시·도지사들은 출산장려금을 국가지원사업으로 전환해 줄 것과 ‘4도3촌’ 등 다양한 생활양식을 반영한 ‘복수주소제도’ 도입에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4도3촌’은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촌(村)에서 사는 방식을 말한다. 4도3촌 방식이 정착되면 이와 관련된 ‘복수주소제도’가 함께 따라갈 수밖에 없어 지방소멸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방살리기’ ‘균형발전’을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도 지방의 균형발전은 갈수록 뒷걸음만 치고 있다. 이번 영호남 공동성명서는 지방 정부의 자구노력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부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방의 생존이 걸린 이번 9개항에 대해 진정성 있는 검토를 해주기를 바란다. 모든 인구가 수도권으로 올라가면 윤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그야말로 헛구호에 머물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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