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동구의회는 비회기 기간에 의원민원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있어 오시는 주민이 많다. 특히 동구가 수년째 조선산업의 어려움이 있다 보니 일자리와 관련한 상담이 가장 많고, 가로등, 보안등, CCTV 같은 안전과 관련한 민원, 쓰레기 분리배출 및 수거에 대한 민원도 꽤 있다. 노동상담 뿐 아니라 돌봄에 관한 정책 제안도 있다. 이렇게 찾아오는 주민 중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최근에는 금융채무와 관련해 이야기 하는 분들이 꽤 있다. 사실 다른 어려운 이야기도 남에게 하기가 쉽지 않지만 빚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이야기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그 중 한분의 이야기를 동의를 구해 전한다.
19년전 남편이 하청업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도가 났는데 명의가 아내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부도 이후 아내 명의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간 건 당연하고 남은 카드빚과 은행 대출에 세금도 꽤 되었다고 한다.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개인회생 시 채무 조정에서 제외되는 세금을 갚을 수가 없어 개인회생을 신청 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오는 독촉장이 무서워 주소를 아는 지인들 집으로 옮기고, 휴대폰도 친구가 개통해줘 사용하고 은행 거래는 꿈도 못 꾼 채로 19년을 숨어 살았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채무 독촉을 위해 건장한 사람들이 집에도 찾아와 협박도 했단다.
그러다 이제 65세가 됐고 너무 힘들어 어려움을 호소하러 의원민원상담실을 찾게 됐단다. 그래서 미납세금이 얼마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그저 다 무서워 오는 독촉장은 보지도 않고 모두 버렸다고. 혹시나 해 동구청 지방세과에 확인하니 지방세 미납은 없다고 하고 국세와 관련해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 받아 확인하니, 아파트 경매로 세금은 모두 완납되었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 갚을 수도 없는 큰 금액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 확인하는 것조차 두려워 어디다 묻지도 못한 채 그렇게 19년을 불안 속에서 살아 오신거다.
며칠전 전화가 와서는 최근 회생절차를 시작해 더 이상 가슴 졸이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소식을 전하며 ‘고맙습니다’를 수십 번도 더 반복하셨다.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채무와 관련해 상담하는 곳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20년 가까운 세월을 불안에 떨지 않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최근 금리 폭등으로 은행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민원, 너무 오른 이자가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민원 등 금융채무와 관련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 서민들은 이런 상황인데도 지난해 국내 주요 금융 그룹들은 앞 다퉈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했고, 사상 최대 실적을 뒷받침한 것은 단연 이자이익이었다. 금융채무 문제를 개인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10여년 전만 해도 작은도서관을 비롯한 평생학습, 혁신교육사업, 자원순환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필요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금 평생학습과 혁신교육사업, 자원순환사업은 울산 5개 구·군의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 잡고있다.
그리고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는 주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된 금융채무과 관련해 금융복지상담센터를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아직 울산에는 금융채무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지자체가 없다. 울산 동구도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에서 개인회생, 파산 등에 대한 상담과 안내는 하고 있지만, 금융채무상담을 하지는 못한다. 이미 금융채무상담을 하는 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복지상담이 있는 분들의 대부분이 금융채무의 어려움도 가지고 있어 복지담당 공무원, 복지관 복지사까지 금융채무와 관련한 교육을 실시하거나 계획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금융채무 문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임은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거다. 우리 울산도 빠른 시일 내에 시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금융채무상담 기관이 생기기를 바란다.
박문옥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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