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태극기 다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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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태극기 다는 까닭
  • 경상일보
  • 승인 2023.03.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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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충렬 전 울산부시장 행정학박사

태극기를 꼭 달아야 하는가? 매년 3·1절을 시작으로 국경일과 각종 기념일이 이어진다. 국경일 등에 국기를 잘 게양하고 존중하면 애국하는 것인가? 지난 3·1절 우리 아파트 동에 태극기를 단 데가 우리 집뿐이었고 옆 동에 두 가구 정도 보였다. 근래 국기 다는 집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국기를 달고 예절을 갖추는 것이 단순한 형식적 의례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애국은 따로 있다고 생각될 수 있다. 얼마 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다른 방법으로 애국활동 하고 있으니 태극기를 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또 아파트와 같은 집단 주거시설의 개별 게양대는 미관에도 좋지 않으므로 없애고 관리실이나 입구에 대표로만 게양하자는 얘기도 있다. 한편 하필 3·1절 그날에 지방 S시의 한 아파트에는 일장기가 내걸렸다.

나라 위한 일은 다양하다. 이제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이 가장 근본 애국활동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국기 다는 행위 자체도 애국활동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활동과 대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모두의 공통행위다. 국기는 나라 이름에 합체된 ‘나라 얼굴’이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얼굴이요 표상(表象)이다. 국기를 달거나 경례를 하는 것은 국가 표상을 통한 애국심의 자기 확인이다. 그 사회적 합의로 한국에는 국기에 관한 법률 ‘대한민국국기법’이 있다. 국기의 존엄성 수호를 통해 애국정신을 고양함을 목적으로 하며,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경일에 태극기 잘 단다고 나라 문화가 창달하거나 경제가 더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애국 ‘활동’ 차원이 아니라 ‘애국심’에 관한 문제다. 애국심은 ‘국가 존립과 역량의 원동력’이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메달을 따고 애국가 속에 태극기가 올라갈 때 누구라도 전율적인 감동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난 세기 이스라엘에는 해 저무는 광야에서 홀로 눈물 흘리며 결의를 다지는 소년의 모습이 가끔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런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자유분방하다는 미국의 국기 존경은 남다르다. ‘국기에 대한 맹세’(Pledge of Allegiance)는 19세기 말부터 해왔다. 공립학교의 콜럼버스 400주년 기념행사의 국기 게양 시에 처음 하도록 했고, 오늘날도 대부분 학교에서 아침에 학생들이 암송한다. 연방의회나 주 의회 등에서도 한다. 그 맹세문과 실시 방법은 1954년 법으로 제정해 미합중국 법전(USC Title 4 Chapter 1)과 그 시행령(Executive Order 10834)에 규정되어 있다. 위헌 논란이 있지만 국기 훼손 등에 대한 벌칙도 있다. 나라 장례인 국가장(state funeral) 때의 조기는 한국처럼 기폭만큼이 아니라 깃대 자체의 절반 아래에 달고, 게양기간도 한국보다 훨씬 길어 전·현직 대통령인 경우는 한 달이다.

기미년의 피 묻은 태극기를 본 적이 있는가? 청마의 ‘깃발’은 공중에서 물결처럼 나부끼는 순정이요 맑고 애달픈 이념이다. 창공에 펄럭이는 태극기는 우리 민족의 물결처럼 나부끼는 기백이요 승화된 이념의 표상이다. 표상을 버리면 이념도 애국심도 사라진다.

국기예절은 국가경영이므로 정부 차원에서 방안이 강구되고, 학교 교육도 보강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캠페인을 장려해야 한다. 국가 상징에 대한 개인 차원의 양심적·종교적 입장은 자유일 수가 있다. 그러나 애국심 교육은 그 방향성이 분명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앞으로 국경일 등에는 반드시 아파트도 집집마다 태극기가 걸려, 동 전체가 태극 꽃술의 하얀 꽃잎들로 나부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전충렬 전 울산부시장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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