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도 소아과 ‘오픈런’ 현상…의료공백 대책없나
상태바
[사설]울산도 소아과 ‘오픈런’ 현상…의료공백 대책없나
  • 경상일보
  • 승인 2023.04.04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역에서도 소아 진료를 위한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오전 6시부터 나와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울주군에 사는 A씨는 “소아과 대신 일반 내과라도 가서 진료를 본다”고 말했다. 육아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기순번을 사고파는 오픈런 대리 줄서기가 성행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이전부터 예견돼 왔던 것이다. 장기화된 저출산 흐름과 낮은 수가 속에서 버텨온 것이 오히려 가상한 일이다.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 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지난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청소년과(소청과) 간판을 내리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이 28%나 줄어들어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아과 의원 662곳이 경영난에 폐업했는데, 진료비는 30년째 동결 상태라고 말한다.

이같은 현상은 울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간 울산지역 소아과 의원은 2020년 62곳, 2021년 59곳, 2022년 55곳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월28일 울산시와 울산대병원은 연중무휴 24시간 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났지만 충원된 의사는 한명도 없다. 지난달 31일 1명의 의사가 지원했으나 채용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울산시가 인건비 등 운영비 1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도 이같은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더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의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저출산 흐름에 맞춰 소아과가 처한 문제를 심도 있게 진단해야 한다. 또 인력이 얼마나, 어느 부분에서 왜 부족하고 인력을 배분할 방법은 없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0년 후 의사 2만4000명이 부족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고착화된 낮은 수가, 거의 전무한 비급여 수익 등을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울산은 아직 중심가에 소아과병원이 다수 있다. 그러나 정작 한밤 중에 아이가 위급할 때 갈 수 있는 곳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 그래도 저출산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 소아과가 하나 둘 없어지는 것은 도시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징조다. 울산시는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에 앞서 시민들의 당장의 불편을 해소하는데도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