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4.7% 오른 시급 1만200원을 요구하면서 ‘최저인금 1만원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 복합위기 속에 노동계와 경영계간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은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 본래 목적에 부합해야 하지만, 경제 주체 중 가장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했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 월급 201만580원보다 24.7% 높은 수준이다. 노동계는 “2년 연속으로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고용 증가율을 반영한 계산법으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안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대기업 보다는 매출 부진에 수익성이 악화된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로서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17.79%와 30%. 대기업의 인건비 비율 9.87%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제조업 등 몇몇 업종을 제외하면 중소기업의 인건비 비중은 40% 안팎에 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저임금 인상 누적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인건비 역습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 결과, 2022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2.7%에 달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29.6%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았지만, 300인 이상 기업의 근로자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지속된 금리 인상 여파로 기업의 최저임금 수용력은 약화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결과 지난해 3분기 말 상장기업 중 제조업체의 27.1%, 서비스업체의 31.4%가 한계기업으로 추정됐다. 사정이 좋다는 상장기업 조차도 영업 활동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재무적 곤경 상태가 지속되는 한계기업이 크게 늘어났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은 얼마나 많을지 가늠조차 힘든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계의 경영사정, 특히 중소기업계의 지불능력 등을 감안해 인상돼야 한다.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 차이가 존재함에도,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한다면 제도의 약한 고리는 결국 끊어져 버릴 것이다. 더 이상 벼랑끝으로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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