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붕괴 위기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울산지역 이차전지 핵심광물 확보 등 공급망 안정화를 주문해 주목된다. 2030년까지 특정국의 핵심광물 수입 의존도를 80%에서 50%대로 낮추려는 ‘핵심광물 확보전략’의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울산 산업계에도 거센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천영길 에너지정책실장은 5일 니켈 등 핵심광물을 정련, 제련·가공하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소재인 전해동박을 생산하는 KZAM을 방문,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미중 패권경쟁 속 공급망 재편의 소용돌이에 놓인 전기차용 이차전지 등 국내 핵심광물의 제련·가공·생산능력을 점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핵심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는 단연 세계 1위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이차전지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광물 8대 품목 중 황산망간·황산코발트, 산화니켈 등 6개 품목의 수입국 1위가 중국으로 분석됐다. 중국 수입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요소수 사태’와 같은 공급위기는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미 정부의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리튬, 니켈, 망간, 흑연, 코발트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되는 규정이 포함돼서다. 관련 핵심광물의 ‘탈중국’을 꾀하지 못하면 2025년부터 미국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이차전지 필수 원료인 핵심광물 제련·가공시설과 폐전기·전자제품에서 금속자원을 뽑아내는 핵심광물 자원순환산업이 국내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폭적 협조와 지원을 건의했다.
연·아연 생산 세계 1위의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서 지난 50년간 축적해온 독보적 제련 및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울산에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인 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와 음극재 소재인 전해동박을 생산하고,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 제련소 건설도 준비 중인데, 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경제·자원안보 측면은 물론 지역 미래 성장산업으로서의 가치가 큰 사업들이라 할 수 있다. 지역 기업들이 핵심광물을 생산하고, 자립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행정·기술·자본 등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핵심 광물 확보는 곧 울산의 신산업이자 국가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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