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산재 전문병원의 착공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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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 산재 전문병원의 착공을 축하하며
  • 경상일보
  • 승인 2023.04.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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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지난 3월말 근로복지공단 울산 산재 전문병원이 드디어 착공식을 갖고 첫삽을 떴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지하 2층, 지상 8층의 건물로 2026년 개원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착공과 관련된 이모저모를 살펴보니 의문인 부분도, 또 반가운 부분들도 보였다. 사실 이 병원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말은 무성했지만 정확한 정보는 못 들었기에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타지역 기존 병원들이 해온 역할들을 살펴보고 또 착공식 때 언론 및 관계자들이 설명하는 내용들을 유심히 봤다. 다행히도 이것저것 그냥 다 하는 범목적, 혹은 무특성의 병원이 아니라 어느정도 뚜렷한 방향성이 있는 듯 했다.

먼저 감염병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유사시 병원 전체를 감염병 전용병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사실 잘 모르겠다. 감염병 전용병상은 설계단계부터 음압시설 및 동선 구분 등 많은 부분들이 고려가 되어야 하고 공간효율도 따져봐야 하는데 산재전문병원이 그런 면까지 생각해서 설계가 됐을지는 의문이다. 그냥 그런 상황에서 병상이 부족하면 ‘긴급치료병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지 정도로 봐야하지 않을까.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는 울산 전체에 있는 종합병원 및 일부 병원들이 긴급치료병상들을 할애하고 나눠서 환자들을 수용했었고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에서도 동참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정부에서 각 지역별로, 병원별로 중증 치료병상을 따로 지어 운영할 계획이 있는지 수요를 파악 중이기도 하다. 멀리 보고 특화된 병상들을 조금씩 나눠서 만들 계획인 것이다. 산재병원과 관련해 나오는 감염병 언급들은 산재병원이 뭔가 특화된 구조로 만들어진다기보다 유사시 예비용 긴급치료병상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반가운 점은 진료분야의 방향성, 정확히는 ‘재활’ 분야에 대한 비전을 많이 드러냈다는 것이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총 10개다. 인천, 안산, 창원, 대구, 태백, 동해 등이 있고 강원도쪽 태백, 동해병원에선 탄광채굴업이라는 지역특화 사업과 관련된 질환인 진폐증 병동이 운영되고 있다. 그 외의 병원들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인천병원인데, 인천병원을 포함해 근로복지공단 병원들의 전반적 강점이 바로 재활이다. 다른 병원들은 정확히 모르지만 인천병원의 경우 산재환자만이 아닌 재활이 필요한 해당지역 다른 환자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걸로 안다. 울산 산재 전문병원 역시 산재 대상자 만이 아닌 폭넓은 이용자들을 위한 병원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특히 이번 착공식에서 강순희 이사장은 지역 어린이 재활에 대해서도 특별히 언급을 했기에 매우 반가웠다. 현재 울산 전체에서 어린이 재활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병원은 한두군데 떠올리기도 어려워 지역의 숙제로 생각했기에 필자는 과거 본지를 통해서도 지자체 혹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병원이 들어온다면 이 분야를 적극 맡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수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국립병원들은 아이러니하지만 사립병원들보다 때로 특정분야에 관련된 운영 및 투자에선 좀더 과감해지기도 한다.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양평의 국립교통재활병원에 방문했을 때 그 규모에 정말 놀란 기억이 있다. 사립병원들이 시도할 수 있는 정도를 아득히 넘어섰다. 울산 산재병원이 그 정도의 무언가를 갖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재활분야를 강점으로 세우고 있기에 기대가 된다. 어린이 재활에 대한 특별한 언급 덕분에 더욱 그러하다.

현재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이다. 개인적으론 ‘공공병원’이라는 말 자체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사립병원들도 하고 있고 공유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보기에 단어 자체의 적합성에 의문을 항상 가졌었다. 국립병원, 공단병원 등의 다른 단어가 맞지 않을까하는 사견이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공공병원이라는 말이 국가기관에서 복지 차원으로 운영하는 병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산재병원의 경우 그런 정체성을 가진 채 기존의 병원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분야의 역할을 일부라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어울리는 역량을 가진 병원으로 무사히 완공되길 바란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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