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는 흉사이고 제사는 길사이다. 제사는 슬픈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흔히 제사는 엄숙해야 하며 제사 지낼 때의 마음은 슬프거나 적어도 웃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제사는 과거의 화석화된 유물로 무겁거나 불편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제사는 대부분 유교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유교는 제사를 매우 중요시한다. 일반적으로 종교에서 행하는 제사는 복을 바라는 기복(祈福) 행사지만, 유교에서 제사는 기복을 배제한 채 윤리성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에 내재한 참된 가치를 현실 속에서 보존과 함양하려고 한다. 그래서 유교는 이 세상을 버리고 은둔하는 은자(隱者)를 싫어하고, 세상에 영합해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속물주의를 배격한다. 유교는 인간은 기(氣)가 모임으로써 생성되고 기가 흩어짐으로써 소멸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유교에서는 내세(사후세계)가 중요하지 않다. 공자는 현실에서 도리를 다하려고 했을 뿐, 내세의 영원한 삶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죽음의 문제는 삶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인간의 삶이 얼마나 실존적 깊이를 가지며, 어떠한 의미를 지니느냐를 중요하게 여겼다.
유교에서 효는 만행의 근본이다. 종적으로 부모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멀리 조상에까지 이르는 것이며, 횡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하는 마음을 확대해 타인의 부모와 자녀에까지 미루어 나가는 것이다. 제사는 효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고 그것이 나타나는 방식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은 부모가 죽어서도 제사의 형태로 유지됨으로써 사회의 정신적 방향이 정립된다. 조상에 대한 제사는 자신이 생겨난 근원을 반성해 자신의 존재의미를 자각하는 데 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존경으로부터 자신의 존재의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제사이다.
제사 때,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조상님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 된다. ‘홍동백서’나 ‘조율이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형식과 절차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제사는 돌아가신 조상님을 위하는 것이 아닌, 조상님을 빌려와서 현세의 인간을 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제사는 즐거운 것이고, 우리를 올바르게 이끌어주고 가족의 화합을 도모해주는 고마운 것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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