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고 신격호 전 명예회장 별세 당시 울산 시민에게 한 두가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삼산·여천매립장 부지에 아트센터를 짓고, 신 전 명예회장의 고향인 울주 삼동면 둔기리 롯데별장을 친수공간화하겠다는 약속이다. 벌써 3년을 훌쩍 넘겼다. 울산이 낳은 위대한 기업가 신 전 명예회장의 유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롯데그룹은 창업주인 신 명예회장 장례식 당일인 지난 2020년 1월22일, 유지를 받들어 고인의 고향 울산과의 인연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태화강역 인근 롯데정밀화학 소유 매립장 부지에 ‘신격호 재단’을 만든 뒤 300억원을 투입해 아트센터를 건립해 울산의 명소로 만들고, 롯데별장을 친수공간화해 기부채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울산시는 사회 환원 차원에서 매립장 부지를 기증하는 방안을 롯데측에 타진했지만, 약속과 달리 퇴짜를 맞았다. 개인 소유가 아닌 법인 소유여서 이사회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게 롯데측의 거절 사유였다. 시는 조만간 이 부지를 매입해 파크골프장을 지을 예정어서 아트센터 건립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롯데그룹은 울산 내에서 화학업체와 유통·호텔업체를 포함해 8개 계열사 15개 사업장을 운영중이며,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과 북구 강동리조트까지 추진하고 있는 울산 최대 기업집단이다. 울산에서만 매년 수십조원의 매출과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부지 기증을 거부한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에 사상 최대인 순이익 5731억원을 낸 울산 본사기업이다. 이 회사가 영국 이네오스사와 합작한 롯데이네오스화학도 순이익 4303억원이란 대박을 냈다. 매립장 부지의 지역사회 환원을 거부하고 울산시에 매각하려는 것은 옹색한 변명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같은 롯데의 행보는 기업이익을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지역 대표기업들과는 대조적이다. 아산로, 오토밸리 복지센터, 키즈오토파크 울산, 당사 현대차 해상캠핑장 등을 조성해 지역사회에 기부한 현대자동차 그룹,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110만평 규모의 자연친화형 울산대공원을 조성, 시민에게 되돌려준 SK그룹 등과는 품격이 다르다.
기업이익은 단순히 기업 내부의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롯데가 지역 사회와 함께 동반자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약속은 엄중히 지켜져야 한다. 이는 기업의 책무이자 사명이다. 이것은 110만 울산시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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