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견리사의(見利思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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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견리사의(見利思義)
  • 경상일보
  • 승인 2023.04.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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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이윤추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윤추구는 한정된 재화로 인해 서로간의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각자의 이윤추구에서 이러한 충돌을 막기 위해 통제와 제약이 뒤따른다. 이른바 도덕과 윤리가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가야 할 길인 것이다. 막무가내식의 이윤추구는 결국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개개인의 삶을 파괴하기에 이른다. 과도한 노동착취, 비용절감에 따른 산업재해, 대기업의 지나친 사업확장으로 인한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의 몰락, 늘어만 가는 빈부격차 등 여러 폐해들을 볼 수 있다.

의료계에서도 과도한 이윤추구를 위해 과잉진료와 무리한 선수납 등으로 환자와의 갈등을 일으키거나,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으로 몰래 폐업을 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병의원의 경우도 있었다.

9년전의 세월호 참사도 이러한 무리한 이윤추구의 극명한 폐해를 보여주었다. 무리한 선체 증축과 화물 과적, 안개 낀 날씨에서의 무리한 출항 등. 이로 인해 엄청난 인명 손실을 야기한 최악의 해양사고가 발생했다. 과도한 이윤추구는 인간 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자원고갈과 환경오염, 이로 인한 기후변화의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결국 무리하게 이윤을 추구한 결과 더 큰 비용을 초래한 경우를 흔하게 만나게 된다.

정당한 이윤추구를 위해서는 ‘이(利)’라는 말을 행위의 결과물로서 이익 혹은 이재, 나아가 부귀공명으로 간주해 의(義)로움과 결부시켜 보아야 한다. 의는 ‘알맞다, 적당하다, 마땅하다’라는 의미이니 여기에 맞춰 이의 추구를 꾀해야 한다. 이윤추구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부당하고 과도하게 취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공자가 말한 “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見利思義)”는 말씀에서 이익에 근거를 두고 행하면 원망이 많아지며, 의를 뒤로하고 이를 우선으로 취할 경우, 빼앗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을 알 수 있다. 모두가 자기의 이로움만을 추구하면 모두가 서로의 이익을 다투게 되고 결국 가정, 사회, 국가가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전국 8개의 치과대학병원이 수년간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영 환경을 개선하려면 의료 외 수익사업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다.

국공립 의료기관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여러 문제들은 수년간 논의되어 왔다. 특히 대학병원의 경우 의학교육, 연구와 진료를 통해 의학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설치목적으로 한다. 수익성을 따지다 보면 공공성의 역할과 상충하는 때도 있게 된다. 무조건 이윤을 추구하기 보다는 불가피하게 수익성이 나빠져 경영이 어려울 경우 설립 목적에 맞게 올바르게 운용되도록 부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이로움으로써 이로움을 삼지 않고, 의로움으로써 진정한 이로움을 삼는다.(대학)’는 글귀를 떠올리게 한다.

안정적인 수익과 정년 걱정없이 직업을 가지기를 원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은 대학입시에서 의치학계열로 몰리면서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소명의식 없이 의료인이 되어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다 보니 진정으로 환자를 대하는 참 의료인이 되기 어렵다. 조선후기 민중의로 불렸던 조광일은 커다란 이익이 되는 고관대작들의 부름을 마다하고 시중의 궁박한 백성들을 위해 평생 의술을 펼쳤다. 이로움에 앞서 의로움을 생각한 전형이라 생각한다.

현대 자유주의 사회에서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한 나머지 의로움을 저버리게 되면 공동체의 붕괴와 자연환경의 파괴같은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항상 이로움을 추구할 때는 과정의 정당성이 있는지, 결과의 이로움이 나만의 이로움인지 사회 전체의 이로움인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로움이란 의로움이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라야 최상의 이로움을 얻을 수 있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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