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시각]‘벼랑 끝 전술’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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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시각]‘벼랑 끝 전술’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며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3.04.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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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헌 문화부장

김두겸 울산시장의 ‘벼랑 끝 전술’이 성공을 거둘 것인가. 지난 13일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반구천 일원의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로 결정했다.

김 시장은 ‘대곡천 암각화군’은 땅만 파면 유적이 나온다는 경주와도 바꿀 수 없다는 표현을 언론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반구천 일원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 주체는 울산시가 아닌 문화재청이라고 못 박았다. 울산시의 역할은 문화재청과 협력해 명칭도 변경하면서 세계유산 등재에 노력하지만, 울산시민의 맑은 물 공급 해결이 우선이라고 했다. 지금도 이런 원칙엔 변함이 없다.

결국 ‘맑은 물’ 확보가 문제다.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준공된 사연댐으로 대곡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매년 물에 잠기고 있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주기적으로 물에 잠기며 훼손이 갈수록 심각한 상태다. 암각화 보호를 위한 ‘카이네틱댐’ 설치안도,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 침수를 막는다는 방안도 나왔다.

카이네틱댐은 암각화 주변 지형 형상 변경을 이유로 무위로 돌아갔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회야댐과 함께 울산의 양대 식수원 중 하나가 사라져 물 부족 문제가 두드러진다. 운문댐의 ‘청정 원수’를 울산에 공급하는 방안이 도출됐지만, 실타래가 꼬였다.

게다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게 되면 낙동강 원수 의존도가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시민의 물이용 부담금이 올라간다. 특히 갈수기엔 수질이 악화된 낙동강 원수 정수를 위한 고도 정수 비용까지 대해진다.

결국 문화재청이 주장하는 대로 사연댐 수위 조절하는 것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완전한 보존 방안이 아닌 수위 조절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울산시는 ‘반구천 일원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문화재청의 보완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며 노력했다. 맑은 물 확보를 위해 소규모 댐 건설 계획을 비롯해 기존 댐의 용도 전환, 저수율 확대, 지하 저류지 개발, 해수 담수화 시설 설치 등 다양한 방안도 내놓았다. 이제 암각화에 대한 연구 수준을 높이는 일만 남았다.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의 가치를 여러 세계 암각화와 비견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하면 된다. ‘반구천 일원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한다면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암각화나 포르투갈 코아 계곡 암각화처럼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과 울산의 이름을 알릴 준비를 해야 한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서 맑은 물 문제가 대두되긴 했지만, 암각화 보존이 아니더라도 모든 국민은 맑은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 ‘맑은 물’ 공급은 문화재청, 나아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답할 차례다. 7000년 전 선사인의 선물인 반구대 암각화가 볼모로 잡혔다는 기분이 들지 않게 반드시 맑은 물 공급 대책을 수립하길 바란다.

전상헌 문화부장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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