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검수완박으로 고발인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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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검수완박으로 고발인이 답답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4.1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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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준 변호사 제55대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지난 3월23일 소위 검수완박법(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위헌 여부에 헌법재판소는 ‘일부 절차적 잘못은 있으나 법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에 따른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와 법사위와 본회의 단계의 법안 선포의 유효성, 법무장관과 검사의 수사소추권 침해 등의 판단에 있어 5대4로 재판관들의 견해가 갈렸고 헌재 판결에 기판력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의신청권이 없어진 고발인들은 더 이상 경찰의 불송치결정(혐의없음, 각하 등)에 불복할 수 없게 됐다.

작년 9월부터 시행된 검수완박법에 의하면 고발사건은 경찰이 전속적으로 수사 종결권을 가진다. 고발사건의 처리에 관한 경찰의 수사나 결정에 잘못이 있어도 자체적으로 시정되지 않는 한 불복할 수 없다. 고소인과 달리 고발인은 검사에게 시정해 달라는 이의신청을 하지 못한다. 고소나 고발 모두 범죄인을 처벌해 달라는 것으로 대체로 다르게 취급받지 않았으나 소위 검수완박법에 의해 결정적으로 운명이 갈렸다. 예컨대 단체의 내부자가 대표나 구성원이 저지른 단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어 단순한 제3자가 아니라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고발을 했을 경우 경찰 처분에 대한 불복방법이 없다.

작년말 택시운전사 단체에서 대표자의 비리를 소속원이 경찰에 고발했다가 불송치결정(혐의없음) 받은 사건을 의뢰받아 대리한 일이 있었다. 고발인에게 이의신청권이 없어져 난감했는데 그 당시 검수완박법이 위헌이 될 것이라고 틀린 예측을 말하기도 했었다. 고심 끝에 단체 소속원인 고발인을 재산범죄의 피해자로 사실을 재구성해 다시 고소했고 이번에는 경찰이 전 고발사건과 동일하고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결정(각하)을 했다. 어쨌든 고발 아닌 고소의 형식을 갖추었으므로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는데 결과가 어떨지 지켜보고 있다.

고발인에게 이의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한 이유는 고발인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므로 고소인과 성격이 다르고, 아마 정치적(?) 이유 등으로 고발이 남발되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고발을 당할 수 있는 잠재자들이 검사의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앞으로 시민단체의 고발사건은 제동이 걸리고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고발도 마찬가지다. 내가 대리한 사건처럼 고발인이 직접 피해자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자나 다름없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도 있을 터인데 고소와 달리 취급하는 것은 의문이다. 더구나 고소 범죄는 개인적인 것인데 반해 고발 범죄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앞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에 대해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헌법소원이 제기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고발인은 자기관련성 결여로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하는 입장을 헌법재판소가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한편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는 경우 재정 결정이 최종적이어서 헌법소원은 불가능하지만 고발사건은 재정신청 대상도 아니어서 국민의 한 사람인 고발인의 기본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고발인도 고소인과 마찬가지로 경찰에 대해 차별없는 성실한 직무수행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수사를 소홀히 했거나 자의적인 사실 인정이나 법률 적용 등 불성실한 직무수행을 한 끝에 불송치결정을 했다면 고발인을 차별대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의 잘못된 수사에 대해 철저한 보완수사가 필요함에도 국민이 볼복하지 못한다는 것은 의문이다. 내가 대리한 사건처럼 범죄사실을 재구성해 고소사건화할 수 없다면 고발인은 매우 답답할 것이다.

박기준 변호사 제55대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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