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특성화고교 보건간호과 학생들을 지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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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특성화고교 보건간호과 학생들을 지켜 달라
  • 경상일보
  • 승인 2023.04.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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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향미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2010년 울산지역 최초로 울산산업고등학교에 보건간호과가 개설되면서 울산에서도 공교육에서 간호조무사 양성이 시작되었다. 현재 울산에는 울산산업고등학교와 울산생활과학고등학교에 보건간호과가 설치돼 매해 80여명의 학생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역사회의 의료기관에서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실습 시설, 안정적인 의료기관 실습 교육에 대한 인정을 받아 간호교육 지정평가에서도 전 항목 충족률 100%로 교육의 질적 우수함이 증명되었다.

공교육의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협회는 최근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전문대 간호조무과 설치를 요구하였고, 이 내용이 간호법 중재안에 포함되면서 특성화고 학생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문대 간호조무과 출신의 간호조무사가 생겨나면 고졸 취업자라는 이유로 임금에 차별이 생기면 어떡하나요?’‘전문대 출신의 간호조무사에 비해 고졸 간호조무사는 취업 경쟁에서 밀리겠지요?’‘차별을 피하려고 이미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데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갈 필요는 없잖아요.’‘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으면 간호대학을 가야지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우려는 울산지역 뿐 아니라 전국 60여개의 특성화고 보건간호과 학생들의 공통적인 우려일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남보다 조금 빠르게 진로를 정한 우리 학생들에게 특성화고의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고 보건의료인으로서 자신감과 긍지를 가지고 직업적 역량을 키우도록 교육해온 교사들은 학생들의 걱정스런 목소리에 가슴이 미어진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전문대 간호조무과 설치를 통해 간호조무사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문대 간호조무과 설치로만으로 간호조무사의 처우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다. 특성화 고등학교와 동일한 교육과정을 대학에서 운영하는 것은 고등학교와 대학의 설립 취지와 목적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동일한 자격임에도 학벌로 인한 차별로 갈등이 초래될 뿐이다.

현재 간호조무는 면허간호업무의 일부이고, 대학 4년 과정으로 간호학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고등학교 과정 그대로를 대학에서 운영하는 것은 보건의료자원의 효율적 효과적 배치하고자하는 국가 보건의료자원정책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오히려 간호조무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간호대학에서 깊이 있는 간호학을 배워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간호조무사가 간호대학에 진학 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을 이미 실시하는 간호대학 및 간호학과가 있으며 이를 확대하는 것이 많은 간호조무사와 특성화고 학생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교사로서 제자들이 더 나은 조건과 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간호조무사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역사적인 경험에서 보듯, 어떤 한 직종의 처우개선은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직종의 처우개선에 영향을 미친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인력의 처우개선은 분명 간호조무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졸 취업활성화 정책 및 선취업 후 진학 제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속해서 추진되어 온 교육정책이자 국가 시책이다. 전문대 간호조무과 설치는 중등 직업교육을 위태롭게 만들고, 학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증대시키며, 고졸 취업자에 대한 차별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제시한 전문대 간호조무과 설치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간호법 중재안은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정권에서 탄생시킨 능력중심사회를 추진하는 교육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잘못된 정치적 결정으로 인해 지금도 자신의 미래를 희망으로 가득 채우고 있을 우리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배향미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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