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물 공장 말고 저수(貯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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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물 공장 말고 저수(貯水)
  • 경상일보
  • 승인 2023.04.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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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2002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유타 주에는 주도(州都) 솔트레이크 시에서 30분 이내에 당도하는 스키장이 수두룩하다. 매년 1월 마지막 금요일에 여는 선댄스 영화제는 파크 시티의 스키장과 리조트 타운으로 유명한 디어 밸리의 설경 속에 열린다. 천지에 수북이 눈이 쌓여 춥지만 극장과 식당, 카페는 뜨겁다. 그야말로 정중동이다. 이들 스키장은 여름이면 경사면에 산야초가 아름다워 걷기에 좋고 산악자전거를 타고 스릴을 즐기거나, 잘 길들여진 말을 타고 총 없는 무법자가 되어보기도 하는 곳이다. 걸어서 기화요초라고는 다 구경하는 것도 일품이다.

가장 높은 알타 스키장은 이번 시즌에 800인치 이상의 눈이 내렸다, 800인치는 20m가 넘는다. 이번 겨울의 많은 눈은 1952년 겨울 이후 70년 만에 가장 많이 내린 것이라 한다. 눈 풍년으로 솔리튜드라는 스키장은 5월21일까지 개장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4월 들어 큰 문제가 생겼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일시에 눈이 많이 녹아 홍수가 생기는 것이다. 메마른 땅이 물기를 흡수하기도 전에 흘러내리는 물이 땅을 휩쓸고 파내어 민가를 위협하고 범람천은 도로를 쓸어버린다.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대비하고 있다. 이 아까운 물을 어찌하면 좋을까? 또 서둘러 저수지를 개발하고 있다.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에는 지도에도 커다랗게 보이는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가 있다. 길이 120㎞에 폭은 약 50㎞로 면적은 4400㎢이상인 짠물 호수다. 서울의 면적이 605㎢라 하니 7배가 넘는다. 지난 몇 년간 가물어서 유입되는 물이 거의 없고 계속 증발해 호수 수위가 낮아지고 주변의 습지가 말라버려 먼지가 날려서 인근 주민들의 건강이 위험해졌다. 어떻게 물을 채울 방법이 없었는데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지 70년 만에 많이 내린 눈으로 눈물 가두기를 한다. 수로를 개선해 홍수로 버릴 물을 끌어들인다. 이 너른 호수를 3m는 더 채워야 한다는데 그게 가능하리라고 한다.

사실 미국의 서부는 가물다. LA지역도 가물어서 힘이 든다. 앞 바다에 물 공장인 해수 담수화 시설을 해야 할 판이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불과 한두 달 전에 많은 산불이 있었지만 마른데다 거센 바람이 불어 진화가 쉽지 않았다. 수십 년 된 삼림과 가옥이 타버렸다. 대형 헬기가 물을 퍼 나를 저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여름에만 비가 많이 오고, 온다면 집중호우이니 물 가두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닷가에 있는 도시들은 식수난이다. 바다에 물 공장을 짓지 않으려면 저수지나 댐을 만들고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있는 댐을 헐자고?

우리나라의 ‘2022년 기후 분석 결과’를 보면 전국의 연강수량은 1150.4㎜로 평년 대비 86.7%에 불과했다. 특히 1월부터 봄철인 5월말까지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강수량이 160.9㎜로 매우 적었고 여름철에 주로 중부지방에서 정체전선이 활성화되어 중부와 남부지방과의 강수량 차이가 532.5㎜로 1973년 이래 가장 컸다. 남부는 광주전남 지역이 많이 가물었다. 기후 특성을 보면 중부지방은 집중호우, 남부지방은 적은 강수량 그리고 동해안에는 태풍으로 피해가 컸다. 닭쫓던 개라더니 봄 가뭄엔 하늘만 쳐다본다.

우리나라는 연간 평균 강수량이 1283㎜로 세계 평균(973㎜)의 1.3배나 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수자원 강수량(2705㎥/년)은 세계평균(2만2096㎥/년)의 12%에 지나지 않아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수자원의 전체 이용량 333억t 중 자연하천수 취수가 50%나 되어 조금만 가물어도 취수장애가 발생하므로 물이 기름 위에 뜰 것 같다. 생수병 하나가 얼마 하는지 보시라. 국토면적의 70%가 지면경사 20% 이상으로, 일단 비가 내리면 단시간 내에 하천으로 흘러버린다. 하천수는 그대로 바다로 가고. 작년도 평균 저수율은 48.1%이다. 어찌 댐과 저수지가 필요하지 않은가? 아니면 큰 돈 들여 물 공장을 짓겠는가?

맑고 깨끗한 한강물이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린다. 낙동강 물도, 태화강물도 마찬가지다. 바다에도 강물이 흘러들어야겠지만 그 물로 농토를 축이고 열섬인 도시를 식히고 정원을 적시자. 물이라도 넉넉해야 인심 나고 공장도 잘 돌아가지 않겠는가. 치산치수가 바로 저수(貯水)다. 있는 물도 왜 못쓰고 버리나?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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