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검정고무신 사태, 창작자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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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칼럼]검정고무신 사태, 창작자의 권리
  • 경상일보
  • 승인 2023.04.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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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지난 3월 ‘검정고무신’ 만화의 이우영 작가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세계가 열광하는 K-콘텐츠의 영광을 누려야 할 훌륭한 캐릭터의 창작자가 저작권 분쟁으로 오랜 기간 힘들어하다 세상을 등졌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는 소식이었다. 법적 분쟁을 떠나서 이런 비극은 우리 사회 어딘가에 모순과 불공평이 존재하고 이것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국내 만화 가운데 최장수 연재 기록을 보유한 만화 ‘검정고무신’은 고(故) 이우영 작가와 그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스토리를 쓴 작품으로 196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야말로 ‘검정고무신의 시대’였다. 운동화이자 샌들이자 등산화였던, 한마디로 전천후 다용도 신발. 시대를 대표하는 이 신발을 제목으로 내세운 추억만화 ‘검정고무신’은 높은 인기와 작품의 완성도로 인해 ‘한국만화문화상 신인상’ 수상, KBS TV 만화 제작뿐만이 아니라, 나아가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화로까지 이어져 무려 그 사업화 건수가 15년간 70여 개까지 진행되었다고 한다.

문제가 된 분쟁은 만화작가, 스토리작가 그리고 저작물을 사업화하려는 회사 사이에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서 진행되었다. 관련 기사를 보면 이 사건에서 저작권 계약과 저작권 등록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약의 불공정 여부가 가장 주요한 논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저작권은 별도의 등록절차가 없어도 권리가 발생하지만, 등록을 하면 추정적 효력이 생겨 분쟁에서 유리해지므로 저작권등록이라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검정고무신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저작권법률지원센터, 이른바 ‘검정고무신 법률센터’가 이번 달 17일 문을 열고 전면 가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작가들이 저작권 계약과 관련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 자문, 저작권 교육, 분쟁 조정, 제도개선 등 법률 지원과 연계된 저작권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하니 이 센터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과거에 본보를 통해 직무발명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회오리 병 모양의 맥주병 디자인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모두 발명자, 디자인창작자 등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직도 이 사회는 자본의 힘에 의해 창작자의 피땀의 결과물이 그저 사소한 것으로만 다루어지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순수한 창작자는 현재에도 여전히 약자로서 ‘을’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면 아무리 형식적으로는 문제없는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약자는 얻는 것이 없게 될 것이 뻔하다.

예전부터 논란이 무수히 있었지만 최근에도 가수, 배우들의 소속사와의 불공정 계약 이슈가 연예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수, 배우들의 소속사와의 불공정 계약 논란에 관해서는, 작곡가 외에 가수, 배우가 저작자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이들은 저작권법상 ‘저작인접권자’의 일종인 ‘실연자’이다.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저작자,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여 이들의 기계적 실업을 방지하고자 제정된 법이다. 광의의 창작자라고 할 것인데 이들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약자일 수밖에 없다. 문화와 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저작자,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헌법에서 ‘저작자ㆍ발명가ㆍ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천명하고 있고, 그에 따라 특허법, 저작권법 등이 제정되어 있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글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된 세상이다. 이렇듯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나름의 창작자가 될 수 있기에 이러한 창작자의 권리가 이제는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닌 것이다. 산업과 문화 발전을 목표로 하는 이런 법들이 제 기능을 하는 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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