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연극이 힐링이 되는 ‘꿀잼 도시’ 울산을 위해서
상태바
[경상시론]연극이 힐링이 되는 ‘꿀잼 도시’ 울산을 위해서
  • 경상일보
  • 승인 2023.04.27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명수 연극협회 울산시지회장·연출가

지난 4월9일 제 26회 울산연극제가 폐막했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한국연극협회 손정우 회장의 축사 한마디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울산연극협회가 주관하는 태화강대숲납량축제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단기간에 20여만 명의 젊은이들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울산의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손 회장이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가 매개체가 되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면, 울산은 젊은이들이 타지역 전출을 오히려 꺼려하는 역동의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소 부족했었던 울산연극협회의 인프라 구축에 대해 새삼 돌아보니 할 것들이 많다.

필자가 연극에 입문할 때는 지역에는 연극영화과가 없었다. 주로 대학 연극동아리 출신과 일부 서울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인원들이 있었다. 그 시대 지역 연극의 중심에는 지역의 대학동아리가 주축이 되고 있었다. 지금이야 대학 신입생 동아리 모집 때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가 인기가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연극동아리는 가입 경쟁률이 높았고 선호하는 동아리 중 하나였다. 그렇게 연극에 입문한 대학동아리 출신들이 그 지역 연극계의 주축이 되면서 지역 연극의 맥을 이어 갔다. 울산도 울산에 기반을 둔 연극인과 서울 지역 연극영화과 출신들이 극단을 창단해 신입단원을 모집하고 꾸준히 연극작업을 이어가며 축을 이루어 왔다.

현재 울산 지역에서 젊은 연극인들이 연극에 입문하는 경우는 부산, 대구 등 인근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극단에 입단하거나, 연극관련 수업을 통해 입단하는 경우였다. 울산에는 연극영화과가 없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은 서울이나 대구, 부산 지역의 대학에 입학해 졸업 후 그 지역을 발판으로 활동하거나 서울의 대학로 연극단체에 입문해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울산에서 터를 잡고 극단을 창단했던 수십 년 전의 일들을 추억해 본다. 제도적인 지원이나 기업의 협찬 등이 전무한 상황에서 동인제 형태의 집단에서 단원들과 대표는 밤새 무대를 만들고 포스팅 작업까지 함께하며 작품을 직접 홍보했다. 극단을 지켜내기 위해 새벽별을 보며 출근했던 30여년의 세월이 힘들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업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인연들이 한편의 연극으로 만들어져 누군가의 힐링이 되고 그런 자부심들이 꾸준히 젊은 연극인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서울 대학로 거리처럼 공연 지정벽보와 공연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티켓박스(TICKET BOX)’ 하나만이라도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소원이라면 소원이 되겠다. 젊은 연극인들과 관객을 잡으려는 노력의 시작은 이런 작은 티켓박스 설치에서부터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울산이 젊음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역동의 도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장의 공연 제작자로 공연 예약률을 지켜볼 때, 과거와 달리 울산지역 관객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과 수준은 발전되고 있다. 울산과 가까운 부산과 대구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거리에 쭉 늘어선 소극장들, 언제든지 공연을 골라 관람할 수 있는 시설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울산은 공연을 보고 싶어도 언제 어디서 어떤 공연을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울산의 문화예술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울산시의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물질적 풍요와 명예 등 여러 가지를 이루고 싶어 한다. 예술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예술인들은 명예를 중시하기 때문에 상처를 입어도 예술적인 명예와 맞바꾸지 않는다. 예술인의 자부심을 소중히 생각하는 울산으로 돌아오려는 젊은 연극인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자부심과 함께 하나씩 판을 깔아주고 싶다. 그들이 만든 한 편의 연극이 ‘꿀잼 도시’ 울산에서 모두에게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

전명수 연극협회 울산시지회장·연출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