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자주 접하게 되니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게 되는 걸까.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소식들이 특별히 신경 쓰이는 이유는 결국 이들이 환자가 되어 병원으로 올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수가 갑자기 늘어난다면 대체 어떤 종류의 질환을 겪으며 찾아오게 될지, 얼마나 많은 수가 올지 예측이 안 된다.
이런 약품들이 무서운 것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뇌내 신경전달 물질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 때 자극받는 가장 핵심적인 신경전달 물질이 도파민인데, 도파민은 우리가 뭔가 기대한 것을 얻는 과정에서 나오는 보상 호르몬으로 해당행동을 강화, 습관화시킨다. 달콤한 초콜렛을 먹는다 해보자. 그 때 느껴지는 쾌감 및 행복감은 다시금 그 음식을 먹고 싶어지게 만드는데 이런 기전이 도파민과 연관이 있다. 그 맛이 기대 이상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마약의 경우 그 체험으로 인해 느껴지는 도파민의 양이 일상적인 생활로 느낄 수 있는 수치를 크게 넘어선다. 한번 그렇게 자극을 해버리면 일상의 어떤 행위를 통해서도 비슷한 상황에 가기 힘든데다 평소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도파민 양에도 문제가 생겨 무력감이 찾아오며(도파민은 동기부여와 연관 있다), 많은 경우 중독의 길로 들어서 같은 약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걸 반복한다고 해서 같은 정도의 도파민이 분비되는게 아니므로 점점 욕구는 심해지지만 채울 수는 더욱 없게 되어 과용을 하는 등 악순환에 빠진다. 도박과 비슷한 기전이지만 약물로 신체를 직접 건드리는 만큼 중독성이 훨씬 강하기에 벗어나기는 더 힘들다.
마약중독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전국에 2곳 밖에 없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마약중독 관련한 병원 이슈는 단순히 전문기관 및 정신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병원으로 찾아왔을 때의 1차적 증상과 필요한 치료가 정신과적 치료일 수도, 약물 중독으로 인한 독성 부작용 치료일 수도, 주사바늘 감염 등으로 인한 감염적 치료일 수도, 폭력 등으로 인한 외상치료일 수도 있다. 게다가 만약 병원에 온다면 걸어오는 게 아니라 실려서 올 가능성도 큰데 환자 컨트롤 및 의사소통 가능여부 역시 알기 힘들다. 아마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사실 꼭 마약으로 인한 게 아니라도 앞서 말한 중독, 외상 등의 예들은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에서도 이미 일정부분 치료하고 있고,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기 위해 응급실 등으로 찾아와서 거부당하자 폭력성을 보이는 사람들도 간혹 있어왔다. 지금까진 잘 대처해왔지만 그 정도가 앞으로 확 늘어난다면 과연 어찌해야 할까. 현재로선 자체적인 고민만 하고 있다. 대처 후 재활기관으로의 연계 여부 등은 병원 자체적인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우리나라 전체가 처음 겪는 상황일 것이기에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이런 문제에 대해 강경한 억제와 더불어 국가 차원의 재활 지원, 중독관련 연구 이렇게 3가지 방향이 같이 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그렇게 해도 해마다 중독자가 늘고 있으니 실효가 얼마나 있냐고 물으면 답이 궁색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가 참고할만한 모델은 결국 그런 문제를 먼저 강하게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인 나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방향성들에 대해 현재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런 고민이 너무 이른, 기우인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이런 종류의 문제는 조금 앞서서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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