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89)]나주 북망문 밖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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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89)]나주 북망문 밖 삼층석탑
  • 경상일보
  • 승인 2023.05.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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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나주에 사대문이 있다고?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렇다. 한양 도성처럼 사대문이 있다. 나주는 예부터 호남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나주목의 객사인 금성관은 지방 궁궐이라 불리었다. 금성관을 중심으로 읍성을 쌓고 동서남북에 사대문을 설치하여 왜구의 침략에 대비하였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성곽을 비롯한 네 개의 문이 헐리거나 훼손되었다. 다행히 모두 새롭게 복원을 하였다. 덕분에 해자를 두른, 북망문이 건너다보이는 찻집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렸다.

나주 북망문 밖 삼층석탑은 원래 북문 밖 탑거리에 있던 것을 1915년에 금성관(당시 나주군청)으로 옮겼다가 지금의 심향사 미륵전 앞마당으로 다시 옮겨 세웠다. 처음부터 제 자리인양 알맞춤하게 자리를 잡았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심향사 삼층석탑이 나란하다. 크기도 비슷하여 쌍탑처럼 자연스럽다.

북망문 밖 삼층석탑은 이층 기단에 삼층의 탑신을 올린 고려 후기에 조성된 일반형 석탑이다. 보물로 지정 되어 있다. 높이 약 3m로 크기가 작아 나주 사람들은 ‘난쟁이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요 며칠 길쑴길쑴한 오층석탑을 여러 기 참배했다. 높이 솟으면 외로운 법이다. 올려다 볼 때와 달리 아담한 석탑을 응시하는데 마음이 활짝 열린다. 옹근 시간이 농축되어 있어 심리적 크기도 무한대로 뻗어간다.

심향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안내문에는 ‘마음을 찾는 향기로운 도량’ 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삼층석탑 앞에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00년 된 모과나무가 장관이다. 옆에는 고사한 팽나무가 있다. 그 밑동에 기대어 새 가지가 자란다. 나무의 윤회다. 큰 키를 자랑하는 모감주나무들이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는 향기로운 도량을 지키고 있다.

삼층석탑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의 조합이 무슨 소용인가. 그저 벙근 꽃 한 송이면 족한 것을.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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