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도시발전 가로막는 ‘님비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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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도시발전 가로막는 ‘님비 현상’
  • 김갑성 기자
  • 승인 2023.05.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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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갑성 편집국 양산·기장본부장

사람은 태어나면 100일과 돌잔치 등 삶의 축복을 기리다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들어 죽는 생노병사의 길을 걷는다. 사람이 사망하면 매장(埋葬) 또는 화장(火葬)을 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축복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길도 엄숙하게 존중되고 있다.

하지만 양산시민의 경우 관내 화장장이 없어 상사(喪事)를 당한 가족들이 화장장을 잡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로 사망자가 폭증했지만, 시에 화장시설이 없어 시민들이 부산과 울산지역 화장시설을 넘어 창원이나 남해, 진주까지 원정 화장을 하는 불편을 겪었다. 시민들은 양산 관내 화장장이 없어 장례 날짜를 예정일보다 2~3일 늦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엄숙한 장례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이에 양산시는 36만 시민들이 ‘원정 화장’ 설움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시설과 봉안시설 등을 포함한 종합장사시설 건립에 본격 나섰다.

시는 종합장사시설 건립 사업비 1000억원 확보를 위해 특수목적법인인 SPC를 포함한 민자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키로 하는 등 시민들의 장사 고충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최근 종합장사시설 설치 추진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 또 앞으로 추진위원회 논의를 거쳐 종합장사시설 추진 방식과 설치 규모, 설치 지역 범위, 후보지 인센티브와 지원 범위, 후보지 공모 심사와 선정 기준 등을 결정한 뒤 하반기 중에 후보지 공모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10만㎡ 규모의 부지에 화장시설과 봉안시설, 자연장지, 장례식장, 부대시설 등을 갖춘 친환경 공원형의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계획 중이다.

시는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하고 결과가 나오는 내년 상반기 중에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지방재정투자사업 타당성 조사와 중기지방재정계획, 지방재정투자심사, 공유재산관리계획 등 행정절차를 거쳐 2026년 착공해 2028년 말 완공할 방침이다.

하지만 우리 집 마당에는 안된다는 ‘님비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21년 민선 7기 때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위해 공식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1820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결과 61%가 시립화장장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당시 가장 민감한 사안인 ‘자신의 거주지역 인근에 화장장이 들어설 경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대해 50.6%가 조건만 맞으면 수용할 수도 있다고 한 반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절대 반대하겠다는 의견도 41.7%에 달했다. 결국 양산시는 시민 공감대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 시립장사시설 건립을 보류했다. ‘님비 현상’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환경오염과 인체의 부정적인 영향, 재산 가치의 하락, 지역 발전의 후퇴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지역이기주의의 대표 사례인 ‘님비 현상’. 이 ‘님비 현상’이 지역이기주의를 넘어 도시발전을 저해하는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양산시가 적극 추진 중인 종합장사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김갑성 편집국 양산·기장본부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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