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국회의원의 가상화폐(코인) 투자 문제로 세간이 시끄럽다. 모두가 공직자로서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함을 탓하고 있다. 변동성과 투기성이 심해 거래 자체가 시장에 해악을 끼친다는 코인을 국회 회의 중 대규모로 거래한 정황이 드러났다. 매 초, 매 분 마다 등락을 반복하며 정해진 거래 시간도 없이 24시간 열려있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수십억을 투자하며 수익을 추구해온 모습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신분을 망각한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부동산 폭등에 대한 출구로 가상화폐 투자에 나섰다가 대부분 실패를 맛본 2030세대들은 더더욱 괴리감을 느끼며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2030세대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는 동일한 투자조건과 리스크가 있는, 그나마 공정한 게임으로 생각했으며, 익숙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속한 확대 재생산으로 진입이 쉬웠으며, 상대적으로 획득하기 어려운 부동산의 구입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가상화폐 시장에서의 투자는 서로간 교류된 정보에 기반한 즉각적이고 동조적인 투기에 가까운 성향을 보이고 있어 자칫 그르치기 쉽다고 경고했다. 물질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투자를 하면서 큰 것 한방을 노리는 모습에 가상화폐를 도박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개인이 정당한 자신의 자산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직자의 신분으로서 공공의 이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데 열중하며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으로 투자를 일삼고 내밀한 정보를 이용해 투자를 한 정황이 의심되기 때문에 공분을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투자에 있어 로비 연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공익을 이루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른 것에 기웃거린다면 부끄러운 일이라 하겠다. ‘공직(公職)은 일반적으로 직접 혹은 간접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되거나 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의 공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업을 총칭하며, 이를 수행하는 사람을 공직자 또는 공무원이라고 정의 한다’라고 되어 있다. 어느 시대나 공직자의 도덕성과 근무 자세는 국가·사회의 안정과 질서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한다. 공직은 많은 권한이 부여되므로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공직에 진출할 기회가 신분 제도에 입각해 특정 계층에 한정되었던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공직자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따라서 공직자에게는 일반 국민이나 다른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것보다 더 높은 윤리 규범, 즉 공직을 우선시하는 봉사 정신과 부정 부패를 척결하는 청렴 결백이 요구되어 왔다.
맹자는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한 소쿠리의 음식이라도 다른 사람에게서 받아서는 안 된다.”라며 이해관계를 좇아 움직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의 답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것이오”였다.
아무리 작은 일에서도 자기가 맡은 직분을 다해야 하는데 하물며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익을 위한 투자에 빠져든다면 이는 더 없이 큰 직무유기인 것이다. 직무유기를 일삼은 사람을 누가 신뢰하겠으며 그런 사람을 누가 그 자리에 다시 두려고 하겠는가? 맡은 바 자기의 할 일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 진정한 정치가일 것이다. ‘오늘날의 관리가 그 마음을 다하지 못하고 그 직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일을 앞세우고 그 벌이를 뒤에 생각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옛 선현의 말을 곱씹어 볼만하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