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후 여천천은 어떤 모습일까? 태화강역으로 쏟아져 나온 관광객들이 두바이 프레임 같은 독특한 모양의 돋질산 전망대에 올라 동해바다와 울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본다.
삼산매립지와 여천매립지 위에 조성된 멋진 문화시설과 놀이시설을 즐기다가, 여천배수장이었던 마리나 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여천천 하류를 따라 도심으로 들어와 식사와 쇼핑을 하고 공연도 보며 하루를 보낸다. 다음날 다시 마리나 항에 모여 고래바다여행선을 타고 장생포 앞바다로 나가 수백 마리의 고래 떼도 감상하고 저녁이 되면 보석같이 반짝이는 야경을 보며 디너크루저를 즐긴다.
뭔가 영화 속 장면 같은 느낌이 들지만 몇 가지는 이미 계획마련 단계에 있고 나머지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다.
여천천의 미래비전을 구상하고 울산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달 말 남구의회 여천천 비전연구회 소속의원들과 서울의 청계천과 양재천을 직접 걸어보고, 인천의 경인아라뱃길을 살펴보고 왔다.
우선, 현재 여천천이 지니고 있는 특징과 각 하천을 비교해 보면, 청계천은 도심을 관통한다는 점과 유지용수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울산의 여천천과 가장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여천천보다 하천바닥 경사도가 고르게 잘 형성되어 있어 경쾌한 물 흐름 뿐만 아니라 수질 또한 괜찮은 편이었다. 양재천은 양재시민의 숲을 비롯한 넓은 정원이 있다는 것은 부러웠지만 하천을 따라 길게 나 있는 보행길과 자전거길 만큼은 여천천의 상황도 뒤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방문했던 아라뱃길은, 경인지역 굴포천의 범람으로 해마다 발생하는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 예방을 위해, 2009년 무려 2조70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여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를 연결하는 폭 80m, 길이 18km로 조성한 인공운하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던 하천범람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 아라뱃길을 활용한 물류산업 활성화, 주변 관광인프라 조성에 따른 직·간접적 부가가치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제 우리도 여천천 미래비전을 구체화해야 한다. 10여 년 전 여천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으로 죽어가던 여천천이 다시 살아나 친환경 생태하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울산의 퀀텀점프라는 큰 비전을 이루기 위해 여천천이 그 중심에 서야한다. 여천천 상류에서 하류의 동해바다까지 전체적인 점검과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작년 울산 남구에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신청했던 환경부 지역맞춤형 통합하천사업에 우리 여천천이 도시하천 관광 문화벨트 구축사업으로 당당히 선정되어 향후 10년 동안 2760억이라는 큰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남구의회 여천천 비전연구회 대표의원으로서 이번 청계천, 양재천 및 아라뱃길을 둘러보고 여천천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상류의 옥동 우수저류시설에 저류시설 본연의 목적은 살리면서 어느 정도의 저수량을 유지하여 상시 여천천의 유지용수 기능을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천천의 고질적 문제인, 중류의 하천 바닥 경사도가 낮아 퇴적물이 많고 흐름이 느린 구간은 하천바닥 퇴적물을 들어내고 정밀하게 경사도를 유지하는 시공으로 강바닥을 포장하여 청계천처럼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류는 경인 아라뱃길 규모는 아니지만 작은 유람선이 교행 할 수 있는 운하를 만들어 울산 도심에서 여천천을 따라 태화강하구를 거처 장생포와 방어진 그리고 태화강국가정원을 연결하는 관광 뱃길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배가 다니는 운하주변인 야음근린지구와 태화강역 뒤 넓은 매립지의 활용방안과 폐허가 되어있는 돋질산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필요하다. 울산 남구를 관광·문화의 중심으로 일으켜 세울 유일한 희망이 여천천이라 생각한다.
관광과 문화가 융성하는 도시로의 퀀텀점프, 그 해답을 여천천에서 찾아야 한다.
이지현 울산 남구의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