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라며 한국의 소멸을 경고했다. 현재의 5000만 인구가 3세대 안에 300만 아래로 줄어들면서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출생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고민이다. 더구나 이혼율이 떨어지지 않고 재혼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조사통계에서 발표되었다. 요즘의 가족 풍속도는 부모와 결혼적령기가 지난 아들, 이혼 후 친정에 돌아온 딸과 같이 사는 것이다.
초혼은 물론 재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서 사회경제적 요인은 이미 이야기되어 왔다. 높은 집값과 물가 때문에 둘이서 열심히 벌어도 혼자 사는 만큼의 삶의 질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심리적 요인을 말해보고자 한다. 즉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초혼과 재혼을 하지 않는 이유를 들어보면 평생의 짝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헤어진 아들, 딸에게 그 부모는 ‘너의 연분이 아니었다’고 말할 것이다. 과연 선택이 잘못된 것이고, 아닌 짝을 만났던 것일까?
수십 년간 배우자로부터 폭력으로 학대받아 온 여성에게는 이혼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달리 말하고 싶다. 천생연분이란 없다. 얼마 전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갔다. 놀란 것은 그 해맑고 귀여운 신랑 신부가 대학 커플로 시작해서 11년간 연애 후 결혼에 이른 것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이들은 뜨거웠고, 전쟁하며 콩깍지는 벗겨지고 서로의 온 마음을 겪은 연애의 고수가 되었다. 아니, 더불어 살기의 고수이다. 이젠 뜨거운 열정으로 서로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아궁이의 꺼지지 않는 불씨로서 서로를 온유하게 데우는 사랑일 것이다.
천생연분은 없고 운명 같은 사랑이란 없다. 인연은 있고 연분으로 가꿀 갈등 해결 노력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자신의 인연을 소중히 관리하다가, 은혼식 즈음에 같이 늙어 온 서로의 배우자를 신뢰와 친애의 시선으로 보며 ‘우리 사랑은 운명 같았다’고 한다면 ‘참 아름다운 동행’ 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문제는 알려고 않고, 알아도 바꾸려 하지 않고, 갈등이 안 풀리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라 결론을 내리고, 진짜 내 짝을 찾겠다며 갈등을 반복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계속 실패할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우린 숱하게 보고 있다. 사랑하다 싫증 나고 난관에 봉착하면 리셋 버튼을 누르고 헤어지는 커플들을. 사랑의 힘은 열정의 크기가 아니라 성실하게 씁쓰름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관계유지 능력이다. 달달할 때는 온갖 미사여구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당연히 겪게 되는 쓰디쓴 갈등이 다음 차례로 오면 서로 자신이 더 힘들다고 원망하고, 사람이 달라졌다며 비난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하다가 마는 것이 요즘이다.
지금 20·30대의 젊은이 세대는 부모세대보다 취업이 어렵고 최저 생계를 벗어나는 것이 더 힘든 세대이다. 두꺼워진 노년기 세대를 짊어져야 하는 고단한 신세여서 안쓰럽다. 그렇지만 이 모두 버겁다고 혼자 살지 말기 바란다. ‘욜로(YOLO) 라이프’는 관계를 밀어내고 나 홀로 은둔하는 것이 아니다. 자꾸 비우라고 하지만, 공허한 마음은 비워야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친구와 애인의 우정과 사랑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과 갈등 해결 능력이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것은 중요하기에 그렇다.
‘사랑의 시련을 극복하고 결혼의 팡파르를 울리고 오래 잘 살았더라’라는 말은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다. 팡파르 이후에 진짜 삶이 시작된다. 반짝 효과의 외모보다는 현실의 갈등을 하나씩 잘 풀어나가는 성실한 태도가 결혼생활의 보증수표다. 인연에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면 사랑 아닌 다른 관계에서도 성공한다. 상처받더라도 끝장내지 말고 청실홍실의 끈을 놓지 말자.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