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민의 숙원 사업이었던 울산의료원 건립사업이 또 좌절되었다. 처음 추진되었던 2002년에도 예비타당성 문제로 무산되었고, 2021년에 다시 추진되었지만, 이번에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이번 무산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공병원의 필요성이 부각된 상태에서 무산된 것이라 지역 사회의 충격은 컸다. 특히 울산의료원 설립은 대통령 공약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무산의 아픔이 크게 다가온 것 같다.
울산시도 예상 외 결과에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울산의료원 3수 도전을 공식화했다. 현실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호소해서 예비타당성 면제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는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러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니 사람들이 수도권에 몰리고, 그로 인해 지방에서는 사람이 빠져나가고 경제성은 더욱 악화되어 지방에 필요한 공공시설들이 추진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울산의료원 추진에 있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 바로 한의계가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지역보건법 상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에는 한의사를 1명 이상 채용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한의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벌칙 등의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예산 등의 이유로 한의사를 뽑지 않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한국의 의료상황에서 한의사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계 인식은 아직까지 한의사를 의생으로 격하시키고 차별하던 일제강점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칭 진보라고 자처하는 일부 의료 관련 모임에서도 이런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고, 이런 영향으로 울산의료원 추진에서 한의계가 배제된 것이라고 필자는 추측하고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갈 나무 없다.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심정으로, 뚝심있게 울산 시민들이 똘똘 뭉친다면 언젠가는 꼭 울산의료원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모두의 힘을 모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의료계 내 특정 직역을 배제한다면 추진동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 잘못을 규탄하고 타박하기보다는, 이제부터라도 힘과 역량을 모아 다시 추진해 보자. 울산시민의 건강을 위해 대승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니만큼,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뭉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의계를 포함한 의료계 내 모든 직역이 함께하고, 모든 시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울산의료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