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62)]약속은 꼭 지킨다, 계포일락(季布一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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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62)]약속은 꼭 지킨다, 계포일락(季布一諾)
  • 경상일보
  • 승인 2023.06.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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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계포(季布)는 초나라 사람으로 한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천하를 걸고 싸울 때 계포는 항우의 장수였다. 그는 전장에서 몇 차례 유방을 곤경에 빠뜨렸다. 이 일로 인해서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후 천금의 현상금을 걸고 계포를 쫓았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도 그를 고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를 유방에게 천거하기까지 하였다. 덕분에 그는 사면과 동시에 낭중이라는 벼슬을 얻었고 혜제 때에는 중랑장이 되었다.

조구는 변설가이며 권세와 금전욕이 강한 사람으로 경제의 외숙뻘 되는 두장군의 식객으로 있었다. 어느 날 조구가 두장군에게 계포에게 줄 소개장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두장군은 “계포는 자네 같은 사람을 싫어하니 가지 말게”라고 말했다. 조구는 억지로 소개장을 써달라고 해서 계포를 찾아가서는, “초나라 사람들은 황금 일백 냥을 얻는 것은 계포의 한마디 승낙을 받는 것보다 못하다(得黃金百斤 不如得季布一諾)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라고 물었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라는 뜻의 ‘계포일락’은 여기서 유래하였다.

계포는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도 의로운 일에 힘썼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신임과 존경을 받았다. 어느 때 흉노의 선우가 당시 최고 권력자인 여태후를 깔보는 투의 편지를 조정에 보내온 일이 있었다. 분노한 여태후에 의해 흉노 징벌을 위한 어전회의가 열렸는데, 신하들은 여태후의 총애를 받으려고 이구동성으로 흉노를 정벌할 것을 주장했다. 이때 계포는 죽음을 무릅쓰고 흉노 정벌을 반대했다. 신하들은 모두 계포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태후는 계포의 의로움을 믿고 이후 다시는 흉노 정벌을 입에 담지 못하게 하였다.

당나라 때의 시인 위징은 그의 술회시(述懷詩)에서 “계포는 한 약속을 거듭하는 일이 없고, 후영은 약속한 한마디의 말을 중히 여긴다(季布無二諾 侯瀛重一言)”라고 하였다. 약속을 쉽게 어기거나 번복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나 또한 그럴 때가 있다. 약속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이면 약속은 가능한 지켜야 한다. 계포가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한때의 적국에서 오래도록 관리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기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던 그의 신의 때문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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