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쇠퇴한 항만도시에서 문화·상업의 중심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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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쇠퇴한 항만도시에서 문화·상업의 중심지로
  • 경상일보
  • 승인 2023.06.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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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함부르크는 프랑크푸르트 보다 3배 가량 큰 국제도시다. 함부르크는 이상적인 입지 조건과 거대한 항만, 다각적 연계운송체계와 물류 운송 센터로서의 높은 시장성으로 인해 유럽의 주요 항만이 되면서 도시가 발전하게 됐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 1960년대 산업구조의 재편과 교통수단의 다양화, 그리고 컨테이너의 상용화로 인해 잘나가던 함부르크의 옛 항구 부두와 창고가 쓸모없이 버려지게 됐다. 함부르크시는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옛 항구인 하펜시티를 ‘도시 속의 도시’로 만드는 항만재생을 추진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창고 거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고, 창고 거리의 바깥 지역을 새도심으로 융합하겠다는 하펜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00년 이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세워졌고, 2010년에는 구체적인 계획안이 만들어졌다. 현재 하펜시티는 1만5000명 이상이 사는 주거지가 만들어졌고, 7000명의 학생과 950개의 기업을 유치해 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오늘날 유럽 내의 혁신적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펜시티의 항만도시재생 사례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첫째는 긴 호흡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엘프필하모닉 홀’이라는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해외 도시재생사례를 탐방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하펜시티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이유는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가 설계한 이 엘프필하모닉 홀을 실제로 보고 싶어서였다. 헤르조그는 당시 떠오르는 젊은 건축가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함부르크 필 하모니 설계 공모전에서 다른 건축가들과 달리 옛 건물 위에 파도 모양의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디자인으로 당선됐다. 건축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오래된 건물을 증축한다는 것은 신축보다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논리만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방법이다. 그래서 기존의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 사회적 가치, 문화적 가치가 공사비의 경제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판단이 되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

이 건물도 10년간 1조1200억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됐다. 2017년 일반인에 공개될 때까지 많은 비난과 반대 여론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개장 이후 2100석의 공연장은 입장권을 구하기 어려운 홀이 되었고, 홀 아래의 호텔은 연간 1400만건 이상의 예약이 들어온다. 독일 여행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아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또 엘프홀 주변의 옛 창고 건축물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곡물창고 3동은 각종 선박의 모형과 사진, 영상이 담긴 국제해양박물관으로 재생됐다. 난방과 전기를 공급하던 발전소는 하펜시티의 방문자센터가 됐으며, 옛 세관 건물은 통관과 검역의 변천사를 정리한 독일세관박물관으로 재생됐다.

둘째, 이 긴 프로젝트에는 지역 대학이 큰 역할을 했다. 함부르크 시의회는 하펜시티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2005년 하펜시티 대학교 설립을 인가했다. 하펜시티 대학교는 도시개발사업의 등대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함부르크 내에 흩어져 있던 학과들을 한 지붕 아래로 모았다. 즉, 함부르크 예술대학의 건축과, 응용과학대학의 토목과와 지리정보학과, 공과대학의 도시공학과를 하나의 대학으로 설립해 하펜시티 부지 안에 새로운 캠퍼스를 만들고 학생 2400명과 교수 및 연구자 161명이 함께하는 연구 공간을 만들었다. 결국 하펜시티 대학교는 함부르크시의 도시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러한 하펜시티 도시재생의 거대하고 기나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내와 참여로 지지한 시민, 그리고 기업의 혁신을 향한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대표 산업도시 울산이 다시 한 단계 비약해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하펜시티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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