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의 철학산책(48)]신에게 묻고 싶은 물음
상태바
[김남호의 철학산책(48)]신에게 묻고 싶은 물음
  • 경상일보
  • 승인 2023.06.05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남호 철학박사

전지한 신, 곧 모든 것을 다 아는 신이 있다고 해보자. 그가 오늘 당신에게 질문 하나에 대한 답을 해준다고 해보자. 당신은 어떤 질문을 하겠는가. 어떤 이는 앞으로 사게 될 로또 1등에 해당하는 번호를 묻고 싶어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자신이 언제 죽는지를 궁금해할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가 좋을지 궁금해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인간에게 자유롭게 선택할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자에게는 로또 1등 번호이고, 하는 일의 좋은 성과이고, 삶과 작별할 때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줄 답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언제부터 자유롭게 선택하는 능력이 있는지, 그 능력이 왜 중요한지 묻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남겨진 문서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고대 그리스인에게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 호머의 작품에 등장하는 영웅에게는 ‘자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호머의 세계관은 운명론적이다. 그리고 개인의 판단에 따른 선택보다는 운명, 필연과 같은 개념으로 영웅의 결단과 그 결과를 설명했다.

시간이 흘러 등장한 플라톤의 대화편에서는 생각의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다. <파이돈>에서 감옥에서 독배를 마시기 전 방문객을 만난 소크라테스는 영혼에 대해 논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감옥에 있는 이유가 단지 뼈와 근육이 이러저러하게 움직였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신체의 움직임은 자신이 망명을 가지 않고 감옥에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 이유는 소크라테스의 신념, 행위의 근거와 같은 정신적인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뇌 과학이 발전한 오늘날 소크라테스의 지적은 여전히 영감을 준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전히 파악한다면, 한 사람이 선택하는 이유도 뇌의 활동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인간에게는 마음, 정신이라고 부를만한 영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반면, 과학의 발전에도 인간의 행위를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마음과 정신의 영역은 남겨질 것이다. 그건 우리에게 좋은 소식일까, 아니면 나쁜 소식일까.

김남호 철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발언대]위대한 울산, 신성장동력의 열쇠를 쥔 북구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울산 남구 거리음악회 오는 29일부터 시작
  • 울산시-공단 도로개설 공방에 등 터지는 기업
  • 울산 북구 약수지구에 미니 신도시 들어선다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4)충숙공 이예 선생 홍보관 - 접근성 떨어지고 자료도 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