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선영의 안다미로 한상]제철과실 장에 재우고 땅속 보관, 철 지난 후에도 싱싱하게 맛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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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선영의 안다미로 한상]제철과실 장에 재우고 땅속 보관, 철 지난 후에도 싱싱하게 맛보길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3.07.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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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양파 초절임(왼쪽)과 천도복숭아 초절임.

우리나라 고조리서를 살펴보면, 음식의 요리법뿐만 아니라 식초와 술을 빚고 장을 담그는 법,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방법까지 우리나라 식생활 전반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조리법이 아닌 채소와 과일 보관법은 왜 기록돼 있었을까?

당시에는 과학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해 식생활에서 이를 집마다 누릴 수 없는 시기였기에, 계절마다 달리 나는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서 선조들의 지혜가 필요했다. 산가요록<山家要錄>과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따르면, 철 따라 나오는 생과실은 땅에 구덩이를 깊게 판 뒤 그 안에 넣고 나무판자를 덮어 보관했다.

▲ 가지 초절임(왼쪽)과 알양파 초절임.
▲ 가지 초절임(왼쪽)과 알양파 초절임.

또는 항아리에 마른 모래나 참깨와 함께 과실을 넣고, 주둥이를 진흙으로 밀봉해 깊은 구덩이 안에 보관하다 필요시 꺼내 쓰면 싱싱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마치 오늘날의 냉장고 기능과 비슷하다. 깊은 땅 안에서는 외부 온도와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는 것을 선조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술지게미에 저장하면 과실이 상하지 않는다고 해 오이과의 채소는 술지게미에 넣어 보관하고, 이른 봄의 눈이 녹은 물과 구리녹 가루는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집마다 소중하게 보관해 뒀다.

식재료 자체의 보관 방법 외에도, 소금이나 간장을 이용해 계절 과실을 절여 두었다가, 철이 지난 후에도 필요 시 사용하거나 반찬으로 먹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 자른 노각을 넓게 펴 담고, 만든 양념을 발라준다.
▲ 자른 노각을 넓게 펴 담고, 만든 양념을 발라준다.

침(沈)은 오늘날의 백김치을 포함해 가지나 무, 오이, 고사리, 송이버섯 등 다양한 제철 채소를 재료로 삼았으며, 주로 밥에 곁들인 기본 반찬으로 먹었다. 채소를 소금만으로 절이거나, 속성으로 숙성시키기 위해 술지게미나 곡물 밥으로 발효시키기도 했다. 과일인 수박, 복숭아, 살구 등도 소금으로 저장했는데, 소금물에 과실을 담그게 되면 과육의 결이 연하게 되어, 완전히 익힌 과일보다 반쯤 익거나 설 익은 과일을 침에 사용했다.

저(菹)는 간장과 소금물에 향채와 함께 절기에 나오는 채소를 담가 뒀다가 간이 배고 맛이 들면 먹는 여러 가지 채소 찬을 의미했다. 오늘날의 간장 장아찌와 유사하다.

▲ 완성된 청침채 모습.
▲ 완성된 청침채 모습.


◇청침채(노각과 가지, 오이 쌀겨 절임)

△준비재료

(노각 5개, 오이 5개, 가지 5개, 소금 1㎏, 산초 1㎏, 생강 5쪽, 물 3ℓ, 다시마 15x15㎝ 5장, 쌀겨 또는 미강 3㎏, 집된장)

1. 차가운 물 3ℓ에 다시마 다섯 장을 두 시간 이상 우려낸다.
2. 노각은 반으로 길게 잘라 씨를 빼서 준비하고, 오이와 가지는 씻어 통으로 준비한다. 산초 열매는 씻어 준비한다.
3. 끓는 소금물에 준비된 재료를 살짝 데치고 차가운 물에 헹궈낸다.
4. 데친 재료들은 최대한 물기를 짜내어 마른행주로 남은 물기를 닦아낸다.
5. 다시마를 건진 육수에 소금, 생강을 넣어 끓으면 불을 끄고, 재료는 꺼내놓고 식힌다.
6. 식힌 육수에 체에 거른 된장과 쌀겨를 넣어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7. 씻어 손질한 재료를 채소별로 통에 넣고, 중간중간 위에서 만든 양념과 산초 열매를 넣고 잘 덮어준다.
8. 유산균 활성화를 위해 2~3일에 한 번씩 야채를 아래위로 뒤집어 준다.
9. 서늘한 상온에 보관하고, 간이 밴 이후(보름 이후) 먹는다.

식초는 신맛을 가지는 대표적인 조미료로, 더운 여름날 떨어진 입맛과 식욕을 돋워 준다. 우리나라 고조리서에서는 술을 빚는 방법과 함께 식초를 담그는 법에 관해서도 소개가 돼 있다.

우리나라 반가의 식문화에서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만큼 술을 빚는 일 또한 중요했는데, 술을 담가 이를 발효시키면 식초가 되는 것이라 술과 식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볼 수 있다.

보리나 찹쌀, 멥쌀이나 밀 등 곡물에 누룩을 넣고 술을 담가 봉한 후, 며칠 동안 양지쪽에 따뜻하게 두면 말갛게 발효되며 식초가 된다. 주로 길일을 택해 식초를 담그고, 임산부나 상중에 있는 사람은 초 빚는 근처에 가지 못하게 할 만큼 식초는 우리 식생활 속에 소중한 조미료였다.

◇복숭아 초절임

△준비재료

(천도복숭아 20개, 레몬 1개, 황매실 5~6개, 물 2ℓ, 소금 200g, 설탕 400g, 다시마 15x15㎝ 2장 , 과일 식초 1ℓ(시판 식초도 가능, 사과나 파인애플 식초), 맛간장 2테이블 스푼

1. 차가운 물 2ℓ에 다시마 2장을 두 시간 이상 불려 준비한다.

2. 다시마 우린 물에 소금, 설탕, 식초와 맛간장을 센 불로 끓이고, 끓고 나면 불을 끈다.

3. 복숭아와 레몬, 매실을 깨끗하게 씻어 준비한다. 복숭아는 껍질과 씨를 제거해서 썰고, 레몬은 껍질째 편으로 얇게 썬다. 매실은 통째로 준비한다.

▲ 마선영 요리연구가·소목문화원 대표
▲ 마선영 요리연구가·소목문화원 대표

4. 용기에 썰어놓은 복숭아와 레몬, 황매실을 넣고 끓여 식힌 촛농을 부어, 밀봉한다.

5. 냉장 보관하고 3일 이후에 먹는다.

마선영 요리연구가·소목문화원 대표

※QR코드를 찍으면 조리과정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은정 인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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