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문화벨트 강화해 울산도 문화도시 조성을]용도 잃은 근현대유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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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문화벨트 강화해 울산도 문화도시 조성을]용도 잃은 근현대유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 서정혜 기자
  • 승인 2023.10.0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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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경찰 숙소 건물로 사용됐던 PMQ는 복도식의 긴 건물 두동과 이를 잇는 ‘CUBE’로 이뤄진다. 두동의 건물 사이 마당에서는 연중 어린이를 위한 참여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 옛 경찰 숙소 건물로 사용됐던 PMQ는 복도식의 긴 건물 두동과 이를 잇는 ‘CUBE’로 이뤄진다. 두동의 건물 사이 마당에서는 연중 어린이를 위한 참여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울산 중구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10여년 전 ‘문화의거리’를 지정했다. 유휴공간에 작가 작업실, 갤러리, 공연장 등 문화 공간을 불러들여 원도심 활성화에 나섰다. 수차례 원도심 부흥을 위한 여러 방안이 시행됐지만, 제대로 된 활성화와 안착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동헌과 객사터 등 문화재와 지난해 문을 연 시립미술관이 위치한 중구 원도심은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공간임은 틀림없다. 원도심의 유휴공간을 문화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국내외 우수 사례를 통해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상업지구 될뻔한 노른자위 땅에 문화공간 조성

홍콩 본섬의 센트럴은 1842년 영국이 처음 홍콩을 점령했을 때부터 도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센트럴’이라는 지명대로 관청과 세계 주요 은행 건물, 마천루가 즐비하다. 지하철 센트럴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복합문화공간 ‘PMQ’(Police Married Quarters)가 있다.

PMQ는 홍콩의 인재 양성과 교육 수요가 한창 높던 1880년대 고등교육을 위해 설립된 공립 중앙학교가 모태다. 태평양 전쟁으로 건물 일부가 파괴됐다, 재개발을 거쳐 1951년부터 2000년까지 경찰 숙소로 사용됐다. 그러나, 너무도 낡은 탓에 이후 용도를 잃어버리자 홍콩 정부는 건물과 부지를 일반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을 막아선 것은 우리나라 문화재청에 해당하는 홍콩 AMO(The Antiquities and Monuments Office) 조사 결과다. 100여년 전 옛 중앙학교의 흔적을 발견되자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결국 매각 계획은 철회됐다.

시민 사회는 건물을 보존하면서 실용적으로 사용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홍콩개발청은 2009년 센트럴 도시 재건사업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하고, 2년여의 보수를 거쳐 2014년 복합문화공간 ‘PMQ’를 탄생 시켰다. 지금은 머스킷티어스 교육문화 자선재단과 홍콩 디자인 센터,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교, 홍콩디자인연구소 직업훈련위원회가 협력해 비영리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PMQ를 운영하고 있다.
 

▲ PMQ에는 패션, 건축, 가구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공방과 전시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 PMQ에는 패션, 건축, 가구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공방과 전시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100여개 공방·작업실 모인 예술의 산실

긴 복도식 건물 두개가 나란히 서 있는 PMQ는 젊은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공방과 작업실, 전시공간 등이 100여개로 나눠져 있다. 두개의 건물은 자체 기획전이나 외부 대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사각형 형태의 ‘QUBE’가 이어준다. QUBE 맨 위층은 주민이 휴식할 수 있는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두 건물 가운데 있는 마당은 옥상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재충전을 하는 쉼터 역할을 하는 한편, 어린이를 위한 활동 프로그램 등이 열린다. 건물 뒷편 계단은 한국의 이태호 작가의 작품 ‘Family Boating’이 있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꼭 가 볼만 하다. 물론 옛 경찰 숙소를 잊지 않기 위해 공간 한 켠엔 그 시절을 재현한 전시장도 꾸며져 있다.

▲ PMQ의 일부 공간에는 옛 경찰 숙소로 사용됐을 당시 모습을 재현한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다.
▲ PMQ의 일부 공간에는 옛 경찰 숙소로 사용됐을 당시 모습을 재현한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곳에서는 지역 디자이너 육성은 물론 국제 교류를 위한 해외 협업 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친다. 장기적으로 PMQ에 입주한 디자이너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입주 디자이너는 최소 2년에서 최대 10년까지 머물 수 있다. 주변에 비해 25~50%가량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워크숍과 해외 교류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입주 디자이너 이외에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게다가 어린이·학생·성인 등 지역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예술 프로그램도 열고 있다.

PMQ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디자이너의 작품과 제작물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관 초기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전시회와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지역민에게 사랑받고 있다.

홍콩=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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