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노후배관 ‘땜질식 처방’, 오염·악취 반복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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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노후배관 ‘땜질식 처방’, 오염·악취 반복 악순환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01.23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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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찾은 울산 중구 약사천 중류 부분 바닥을 장대로 훑어보니 악취와 함께 오니에 뒤덮인 음식물 쓰레기들이 뿌옇게 일어난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 중구에는 척과천, 유곡천, 약사천 등의 지방하천이 흐른다. 이중 약사천은 울산 도심의 소하천 중 붕어 등 물고기가 서식하고 수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물고기 집단폐사에 악취유발, 오수유입 등 ‘수질악화 3종세트’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또한 약사천의 어두운 이면이다. 본보 취재진은 지난 12일과 13일, 22일 사흘간 약사천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약사천은 중구 성안저수지에서 발원해 반구동에서 동천으로 합류하는 태화강 수계의 지방하천이다. 길이 약 4.5㎞에 달한다.

22일 약사천 하류지점 서원배수장과 반구배수장 일원. 이 곳에 1.5m 크기의 배수관과 수문이 설치돼 있다. 미처 다 닫지 않은 문에서는 하수구 냄새가 퍼져 나온다. 하천 바닥은 퇴적된 오니(슬러지)와 곳곳에 파묻힌 신발, 비닐, 킥보드, 캔 등 생활 쓰레기들로 썩어가고 있다.

비슷한 시간 약사천 중류지점 일원. 하천바닥을 장대로 훑어보니 악취와 함께 오니에 뒤덮인 고춧가루 등 음식물 쓰레기들이 뿌옇게 일어난다. 산책로쪽 하천 끝부분에는 아예 검은색 오니가 띠를 갖춰 길게 이어져 있다. 이 곳은 지난해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지점이다. 상류로 올라가면 수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진녹색 물감을 섞은 듯 탁한 모습이 목격된다.

인근 주민 박모씨는 “가정에서 나오는 오수뿐 아니라 온갖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며 “지금은 하천 주변을 산책로로 꾸며둬서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수시로 악취가 진동한다. 다 뒤집어엎기 전에는 포장지로 덮어두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약사천 상류와 하류 준설작업을 실시해 오니 등을 긁어내는 정비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 물고기 집단폐사 현상이 발생했다. 원인은 약사천으로 유입되는 우수관로의 오접으로 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영 막창골목에서 나오는 생활오수가 유입된 것으로 구청은 판단했다. 수억에 달하는 예산으로 정비활동에 나섰지만 수질오염 민원이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는다. 다시말해 ‘수질악화’→‘환경정비’→‘수질악화’가 무한반복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문희성 중구의원은 “약사천 상류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채 복개를 해 비가 많이 오고 난 뒤면 오수의 하천 유입으로 악취가 발생한다”면서 “잦은 민원에 따른 준설공사도 결국 임시 방편에 불과해 다시 퇴적물이 쌓여 하천 오염과 악취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구의 이같은 하천 오염이 구도심, 오래된 집의 형태와 노후화된 오·우수관으로 인한 고질적인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호성 울산강살리기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중구는 구도심 지역으로 오래된 연립주택의 경우 대부분 오수가 우수관으로 흘러 강으로 배출된다”며 “이는 비단 약사천 뿐만이 아닌 유곡천, 명정천 등 대부분의 하천에서도 생활하수 유입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구청이 매년 예산을 확보해 가가호호 오접 구간된 구간을 찾아 정비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땜질식 처방에 그치는 수준이다. 구간별로 나눠서라도 전수조사, 정비활동 등 중장기 관리방안이 필요하다.

문 상임대표는 “중구 하천 대부분이 국가 정원으로 연결되는 만큼 하천 하나하나가 중요하나, 대부분 오·우수관이 노후화됐고 전수조사를 통한 공사는 예산 및 시간 문제가 크다”며 “오염원 방제를 위해 비점오염원(넓은 면적에 걸쳐 다수의 공급원을 통해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곳) 저감 시설과 LID(저영향개발, 환경 보전을 위해 물순환에 따른 영향을 최소로 하는 개발)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혜윤·신동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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