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이우걸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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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이우걸 ‘봄비’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4.01.2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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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신의 나라로 열려있는 음악 같은 것
불타는 들을 건너서 얼음의 산을 넘어서
돌아와 가슴에 닿는 깊은 올의 현악기

텅 빈 벤치에서도 시멘트 벽 속에서도
수없이 잊어야 했던 가난한 이름들을
이 밤에 모두 부르며 봄비는 길을 떠난다


겨울밤 모든 생명들을 적시는 ‘봄비’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봄비 듣는 밤이다. 한 겨울 한밤중에 봄비가 내린다. 뭘 그리 바쁠 것도 없다는 듯 조곤조곤 내린다. 얼음산을 넘어, 불타는 들을 건너서 오늘 밤 여기까지 닿았다.

신의 말씀인 냥 영혼을 적셔주는 위무의 향연, 축복 같은 봄비가 내린다. 이곳 남쪽나라에선 한겨울에도 눈이 아닌 올올이 비단치마 적시는 봄비가 내린다.

아슴하게 멀어져가는 이름, 뭇 생명들에게도 어김없이 차별 없이 집집마다 다녀간다.

잠들지 못하는 시인의 창가에 봄비는 오래 머물러 시인의 가슴 속에 수없이 잊고자 했던 이름과 잊혀 지지 않는 이름, 이미 잊혀버린 이름을 다 불러내 놓고 할 일 다 한 듯 또 어디론가 길을 떠난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잊혀 지지 않는 이름 하나쯤 보석인 냥 간직하는 이가 시인만이 겠는가. 그러나 사람살이 그 이름마저 놓치고 살다가 오늘같이 나직이 봄비 내리는 밤이면 잊었나 싶은 그 이름을 불러내어 잠 못 드는 시인의 창가 머리맡을 적시는 것이다.

‘피면 지리라 지면 잊으리라/ 눈감고 길러 올리는 그대 만장 그리움의 강/ 져서도 잊혀지지 않는 내 영혼의 자줏빛 상처’ ­이우걸 시인의 ‘모란’ 전문.

이우걸 시인의 ‘모란’은 말로써 피워 낸 가장 아름다운 꽃, 바로 시조의 꽃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시인은 경남 창녕 출생으로 경북대 사범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밀양시교육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시조의 전통적 미학에 현실을 담아내는 현대시조의 세계를 확장하는데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 <이명> 외 12권의 시조집이 있으며 <현대시조의 쟁점> 외 몇권의 시조평론집이 있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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