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조선 말기 사회상 보여주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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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조선 말기 사회상 보여주는 자료
  • 서정혜 기자
  • 승인 2024.02.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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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사곤 효자비각 현판.
▲ 우사곤의 효행을 표창하는 정려문을 세우고 자손들에 대한 잡역의 면제를 허락해 준 인증서 ‘입안’
마을 어귀에 빨간색 기둥에 기와를 인 단칸 건물이 더러 보인다. 건물 안에 비가 세워진 것도 있고 현판만 걸려 있는 것도 있다. 몇 안 되는 아는 한자를 읽어보면 ‘효자’(孝子), ‘열녀’(烈女)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국가에서 미풍양속을 장려하기 위해 효자, 충신, 열녀 등이 살던 동네에 기념물을 세운 것이 ‘정려’(旌閭)다. 신라 때부터 고려를 거쳐 정려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조선은 유교적 풍속 교화를 위해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효·충·열의 행적이 있는 자에게 정표를 하사했다.

울산 울주군 삼동면 보은리 원보은마을은 단양 우씨(丹陽禹氏) 집안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마을 입구에 ‘정효각’(旌孝閣)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건물 안에 비가 세워져 있다. 효자 우사곤(禹師鯤·1795~1862)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효자비각이다. 우사곤의 정효각에 걸려 있던 현판과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문서를 우영구씨가 2013년 울산박물관에 기증했다. 우영구씨는 울주군 삼동면 보은리에 세거한 단양 우씨 집안의 후손이며 전 울주군의회 군의원을 지냈다.

우사곤 효자비각 현판에는 우사곤의 효행이 기록돼 있다. 우사곤이 11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상례를 잘 지키며 생선과 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우사곤은 홀로 남은 어머니에게 더욱 효성을 다해 땔나무를 팔아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어머니가 병에 걸리자 종기를 빨아냈다. 겨울에는 얼음을 깨 물고기를 잡아 어머니에게 대접했다. 우사곤의 효행에 감동받았을까. 어머니가 꿩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자 꿩이 스스로 날아 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삼년상을 치렀는데 눈, 비가 와도 그치지 않았다. 기증받은 우사곤 효자비각 현판은 광복 이후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다.

함께 기증된 입안(立案)은 1892년(고종 29)에 예조에서 우사곤의 효행을 표창하는 정려문을 세우고 자손들에 대한 잡역의 면제를 허락해 주는 인증서다. 우사곤의 정려를 바라는 여러 상소가 이어진 끝에 그의 사후 30년 뒤인 1892년에 정려문이 세워졌다.

우사곤 효자비각 현판과 예조 입안은 조선 말기 사회상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후손들은 고향을 찾을 때마다 효자각을 향해 절을 하며 조상의 효성을 새긴다고 한다. 좋은 풍습을 지키고 이으려고 했던 선조들의 뜻을 느낄 수 있다.

임혜민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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