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성공원에서 뱃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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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학성공원에서 뱃놀이를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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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걸 울산시정홍보위원장

필자가 얼마 전 일본 오사카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오사카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오사카성을 방문했는데 눈길을 사로잡는 생소한 장면을 목격했다. 호수에서 배를 타는 모습은 많이 봤어도 성에서 배를 타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오사카성을 둘러싼 물길인 ‘해자’에서 보트를 타며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일본 성(城)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해자는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물길이다. 산성 위주의 우리나라에서는 해자를 보기 쉽지 않다. 정유재란 때 일본군이 축조한 울산 학성은 토루와 목책, 그리고 일본 성의 특징인 해자로 3중 방어막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학성의 벚꽃 아래 해자에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노를 저어 배를 타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관광자원으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었다. 평소 필자의 머릿속 생각에 머물렀던 이러한 광경이 머지않아 울산에서도 볼 수 있을 소식이 전해졌다. ‘한다면 한다’라는 아이콘의 상징인 김두겸 시장이 최근 ‘학성공원 물길복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자연자산인 태화강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던 필자로서는 뇌리에 천둥번개가 치는 듯 짜릿한 소식이었다.

미국의 샌안토니오 리버워크,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 등 수변 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그렇지만 이렇게 역사성을 되살리는 사례는 흔치 않다. 도시개발사업은 역사적인 의미 외에도 문화, 예술, 생활공간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융복합형 도시공간을 창출한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울산시에서 발표한 ‘학성공원 물길복원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학성공원을 360도로 도는 ‘순환물길’(1.1㎞)과 학성공원에서 태화강으로 연결되는 ‘수상택시 연결수로’(0.3㎞)를 완성해 태화강국가정원과 연결한다는 복안이다. 계획대로 추진되어 완공되면 울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 학성공원 순환 물길을 따라 뱃놀이를 즐기고 숲과 공원, 물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도 조성되어 사계절 걷기 좋은 힐링 공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또한, 복합문화시설을 통해 물길 복원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는 홍보·전시·체험이 되고 수상택시 선착장은 태화강국가정원으로 연결되는 대표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게다가, 유럽풍의 야외 수변공원은 쇼핑거리와 먹거리존이 마련되어 멋과 맛이 살아 있는 품격 있는 감성 거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물길 복원 사업’을 통해 장소의 역사성을 되살리고 휴식과 여가, 문화와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을 마련한다면 쇠퇴해 가는 중구 원도심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며, 태풍이나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문제는 5900억원이나 되는 사업비다. 민간개발 사업으로 추진한 뒤 공공기여를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하는데, 제대로 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적지않아 다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라는 표현을 즐겨 쓰곤 한다.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자본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다. 무형의 생각이 상황을 만들고 상황이 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나고 자라 줄곧 울산을 지켜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울산에 이러한 혁신적인 친수공간이 조성된다는 것에 흥분을 감추기 어렵다. 역시 김두겸 시장 다운 선 굵은 행보라고 감탄을 금하기 어려웠다. 흔히, 삽을 떠봐야 아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매월 1조원의 투자 유치로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김두겸호에게 다시 한번 더 굵직한 투자유치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사어류수 활어역수(死魚流水 活魚逆水, 죽은 물고기는 떠내려가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활기차게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의 정신으로 울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박용걸 울산시정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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